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사고 직후 전화통화가 되지 않아 첫 상황보고를 관저 침실에서 뒤늦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당일 “간호장교·미용사 외에 외부인 방문이 없었다”던 해명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당시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방문했으며 박 전 대통령은 최씨, ‘문고리 3인방’ 등과 회의를 한 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방문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자용 부장검사)는 2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세월호 사고 보고시각 조작 및 대통령훈령 불법변개 등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2014년 4월16일 박 전 대통령이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세월호 사고 전화보고를 받은 시각은 오전10시22분으로 드러났다. 과거 청와대가 주장했던 10시15분과는 차이가 있다. 당시 김 전 실장은 박 전 대통령에게 두 차례 전화했지만 받지 않자 안봉근 전 비서관에게 전화를 건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안 전 비서관이 차를 타고 관저로 이동해 박 전 대통령을 불렀고 침실에 있던 박 전 대통령이 밖으로 나와 오전10시22분 김 전 실장에게 전화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때는 세월호 탑승객이 119에 사고 사실을 전한 지 1시간30분가량 흐른 뒤였다. 청와대의 늑장대처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흘려버린 셈이었다.
세월호 참사 당일 오후 최씨가 청와대 관저에 있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최씨는 이영선 전 경호관이 모는 차를 타고 오후2시15분께 청와대로 들어와 ‘문고리 3인방’인 정호성·안봉근·이재만 비서관이 참여한 가운데 박 전 대통령과 회의를 열었다. 중대본 방문도 이 회의에서 최씨 제안을 박 전 대통령이 수용하는 식으로 결정됐다는 것이 당시 회의 참석자들의 진술이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탄핵심판 과정에서 간호장교와 미용사를 제외한 어떤 외부인도 관저에 들어온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었다.
검찰은 김장수 전 실장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또 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을 공용서류손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안현덕·조권형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