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업체 10곳 중 3곳은 올해 투자를 줄일 계획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실제 투자를 줄인 기업이 24%였던 것을 감안하면 작년보다 올해 투자 축소를 하는 곳이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28일 이런 내용을 3월 지역경제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엔 전국 269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설비투자 계획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가 담겼다. 조사 결과 30.8%의 기업이 올해 투자를 축소하겠다고 답했다. 10% 넘게 줄이겠다는 곳도 14.1%였다. 조사 기업 중 지난해 투자를 줄인 기업은 24.2%였다. 계획대로면 올해 투자를 축소하는 기업이 작년보다 6%포인트 넘게 늘어나는 셈이다.
업종별로는 자동차(34.3%), 석유화학·정제(33.7%), 철강(31.8%) 등에서 축소 계획을 가진 기업이 많았다. 자동차의 경우 축소 이유로 내수 부진을 첫손에 꼽았고 석유화학·정제는 계획된 설비투자가 완료된 점이 주요 원인이었다. 철강은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투자 축소 결정에 큰 영향을 끼쳤다. 철강업계는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관세 폭탄으로 피해가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과의 합의에서도 대미 철강 수출을 지난해보다 74% 줄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와 수출 피해가 불가피하다.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기업은 44.6%로 조사됐다. 지난해 투자를 실제 확대한 기업 37.9%을 웃도는 수준이다. 정보통신(IT)와 기계장비 업종은 절반 넘는 기업이 확대 의사를 밝혔고 불황에 시달려 온 조선업에서 46.2%가 투자 확대 계획을 밝힌 것도 눈에 띈다. 지난해 조선업에서 투자를 늘린 기업은 7.7%에 불과했다.
기업별로 지난해 투자 실적과 올해 계획을 비교해보면 작년 투자를 축소한 기업의 52.3%는 올해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지난해 확대한 기업 58.8%는 올해도 확대하겠다고 답했다. 기업간 투자 양극화가 심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한편 올 1·4분기 지역경제 동향을 살펴보면 경남도·부산이 포함된 동남권이 유일하게 소폭 악화됐다. 조선업, 자동차 산업 부진 탓으로 풀이된다. 강원도 경제는 평창올림픽 특수로 유일하게 ‘개선’ 성적표를 받았다. 수도권, 충남권은 반도체 ·기계장비 등 호조에 힘입어 소폭 개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