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의 ‘핵 담판’에 앞서 북중 ‘기습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미국과 중국 주요2개국(G2)의 헤게모니 싸움이 통상·군비·남중국해 등에서 한반도까지 확전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과 미국 주도로 북한 비핵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 맞서 중국이 북한 후견인을 자처하며 발언권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중국이 북중 정상회담에 응하며 한반도 영향력 회복에 나선 것이 단적인 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취임 이후 북한의 비핵화를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내걸며 한 번도 김 위원장과 만나주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을 빼고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합의되자 부랴부랴 북중 정상회담으로 판세 전환에 나섰다. 김 위원장의 방북 요청에 시 주석이 응하며 북중 ‘신(新)밀월’을 대내외에 과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는 우리 당과 정부의 이름으로 습근평(시진핑) 동지가 편리한 시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공식 방문하실 것을 초청하시었으며 초청은 쾌히 수락되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과의 만남에서 나온 시 주석의 발언에도 한반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심사가 녹아 있다. 시 주석은 “대화를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지지한다”며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한반도 협상판에 중국이 끼어든 것을 겉으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어젯밤 시 주석에게 김 위원장이 나와의 회동을 고대하고 있다고 전달받았다”며 “하지만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최대의 제재와 압박은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제 김정은이 그의 국민들을 위해 옳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만남을 기대하시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도 전날 “우리는 이번 방문에 대해 중국과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며 “중국은 (대북)제재를 충실히 지켜나가는 것과 관련해 훨씬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이를 피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하게 압박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9조달러이고 중국이 12조달러로 이전에는 중국이 많이 움츠러들었지만 점점 고개를 들고 있다”며 “김 위원장 취임 이후 6년간 북중 정상회담에 응하지 않았던 중국이 이를 전격 수용한 것은 중국의 앞마당인 한반도에서 미국이 자유롭게 뛰어노는 것을 앉아서 지켜만 보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서울경제신문 펠로(자문단)인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미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미국에 쓸 수 있는 카드가 하나 더 생긴 셈”이라며 “중국이 국제적인 대북 경제제재 대오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적어도 대북제재를 더 강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 교수는 “미국 입장에서는 대북제재에 균열이 생기고 북미 정상회담도 큰 성과가 없다면 군사옵션으로 북한을 압박할 수 있겠지만 북중이 다시 가까워진 상황에서는 이 카드도 잘 먹히지 않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해법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