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수사권 조정 '同床三夢'...자치경찰로 전선 넓히는 靑·檢·警

"전면적 자치경찰제가 먼저"

문무일 검찰총장 주장에

靑 "비현실적이다" 거부

警은 "제한적 자치경찰로"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 조정 작업이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새로운 이슈로 ‘자치경찰제’가 튀어나왔다. 청와대와 경찰 측의 공세로 수세에 몰린 검찰 측에서 지나친 경찰권 확대를 막기 위해서는 전면적(실효적) 자치경찰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비현실적”이라며 일단 거부하면서도 자치경찰제가 수사권 조정에 장애가 될지 몰라 고심하고 있다. 경찰은 검찰의 수사권을 가져오는 데 적극적이면서도 지방자치단체에 경찰권을 양보하는 데는 소극적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앞서 문무일 검찰총장의 자치경찰제 주장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생각한 자치경찰제와는 다르다”고 전제하고 “문 총장은 중앙수사권과 중앙경찰의 기능을 없애고 풀뿌리 기초지방자치단체 소속 경찰에 권력을 넘기는 형태인데 실현 가능한지, 바람직한지 모두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총장은 자치경찰제를 기초지자체까지 완전히 시행한 뒤 수사권 조정을 하자는 얘긴데 그럼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철성 경찰청장도 이날 전국경찰화상회의에서 “수사권 조정은 ‘조직 이기주의’나 경찰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라며 문 총장을 몰아붙였다.




앞서 문 총장은 수사권 조정보다 전면적 자치경찰을 먼저 시행하라며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웠다. 그는 지난 29일 “한국처럼 국가 단일 경찰체제를 둔 민주국가는 없다. 일선 경찰서 단위 사건을 자치경찰이 담당하는 실효적 자치경찰제를 도입하면 민생범죄 98.2%가 자치경찰 책임으로 수사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검찰 조직과 기능도 변화시키는 (수사권 조정)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검찰의 영장심사제도와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는 유지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최근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 경찰에 수사종결권 일부 부여, 영장청구와 관련한 경찰의 이의제기제도 도입 등을 주 내용의 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총장을 비롯한 검찰 간부들이 논의 과정에서 배제되며 ‘검찰 패싱’ 논란도 일었다. 문 총장의 전면적 자치경찰제 주장은 검찰을 따돌린 수사권 조정 논의에 대한 반격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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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이미 연방제에 버금가는 지방분권 실시를 공언한 상태다.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는 조항도 대통령 개헌안에 추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치경찰은 부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현재 경찰개혁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경찰이 준비 중인 자치경찰제는 지역 치안·경비·학교폭력·성폭력 등 일반범죄 수사권만 지자체 소속의 자치경찰로 이관하는 ‘제한적 자치경찰제’다. 주요 범죄는 여전히 경찰청이 통제하는 국가경찰 몫이다. 실제로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시범운영 중인 자치경찰도 교통과 방범 등 일부 기능만 맡는 자치경찰을 뽑았으며 나머지 수사는 그대로 경찰청 산하 경찰서가 담당한다.

반면 문 총장이 요구하는 전면적 자치경찰제는 대공·외사·전국 단위 수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능과 인력·사무·재정까지 자치경찰로 이양하는 형태다. 현행 지방경찰청의 권한과 역할을 그대로 지자체로 이양하라는 서울시의 자치경찰제안도 이와 유사하다. 이에 대해 이 청장은 “현행법은 경찰 수사를 명확히 국가사무로 분류한다”며 “지자체에서 수사권을 다 달라고 한다면 법 위반”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어쨌든 문 총장의 자치경찰제를 활용한 반격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이 새로운 국면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많다. 전면적 자치경찰제를 요구하고 있는 서울시 등 지자체들이 뜻밖의 원군을 얻은 셈이다.

청와대에 올라타면서 수사권 조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한 경찰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경찰개혁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논의가 가장 지지부진한 개혁안이 바로 자치경찰제”라며 “검찰 주장을 수용하면 수사권 조정 시기는 기약 없이 길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종혁·최성욱기자 2juzso@sedaily.com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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