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금융가

금타, 결국 더블스타 품으로...독립경영·먹튀방지 장치 필요

노조 해외매각 찬반투표 60.6% 찬성으로 가결

3년 고용보장·5년 최대주주 유지 약속했지만

中 공장 가동률 제고 속 국내 영향 최소화해야

1일 오전 광주 광산구 소촌동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운동장에서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중국 더블스타로의 해외매각 찬반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광주=연합뉴스1일 오전 광주 광산구 소촌동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운동장에서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중국 더블스타로의 해외매각 찬반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광주=연합뉴스



금호타이어가 결국 중국 더블스타의 품으로 넘어간다. 하지만 더블스타가 3년 고용 보장 후 대규모 인력 감축 및 국내 공장을 매각하는 ‘먹튀’ 우려도 여전히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한 안전장치가 확실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노조는 광주공장에서 조합원 대상 해외매각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재적인원의 91.8%(2,741명)가 참여한 가운데 60.6%(1,660명)가 찬성해 가결됐다. 반대는 1,052명이었다. 금호타이어 노사는 지난달 31일 2년간 상여금의 약 25% 자진 반납 및 2017~2019년 임금 동결 등을 골자로 한 ‘경영정상화를 위한 노사특별합의서’ 등에도 잠정 합의했다. 일부 복리후생 항목 운영도 중단하기로 했다. 광주·곡성공장의 경우 생산성을 4.5% 높이고 연간 40일 휴무하되 20일은 무급으로, 20일은 통상임금의 50%만 지급하는데 의견을 모았다.


금호타이어 노사는 2일 오전 광주공장에서 경영정상화 및 단체교섭 조인식을 하고 해외매각과 자구안에 최종 합의할 예정한다. 이를 토대로 금호타이어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행 협약(MOU)을 체결할 방침이다. 채권단은 우선 2일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어음 상환과 체불된 석 달치 임금, 거래처 대금 지급 등을 지원하기 위해 2,000억원까지 쓸 수 있는 당좌 형태로 긴급자금을 투입한다.

채권단과 더블스타간 자본유치를 위한 세부 협의도 진행된다. 채권단은 이르면 이번주 중 더블스타와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며 상반기 중 거래를 종결, 투자금액 6,463억원이 금호타이어에 투입되도록 한다는 목표다. 별도로 채권단은 금호타이어에 시설자금 용도로 최대 2,000억원을 대출하며, 기존 채권을 재조정해 만기 5년 연장 및 금리 인하(연간 233억원 효과)도 해줄 예정이다.

채권단은 지난달 16일 금호타이어에 대한 더블스타의 투자유치 조건을 승인해 놨다. 더블스타가 6,463억원 규모의 제3자 유상증자에 참여, 45%의 지분율로 최대주주가 되는 내용이다. 더블스타는 3년 고용을 보장하고 향후 3년간 지분 매각이 제한된다. 또 5년 간 또는 채권단이 지분을 매각할 때까지 더블스타는 최대주주를 유지해야 한다.


다만 세부 협의 및 금호타이어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다. 우선 금호타이어의 독립경영을 보장하고 먹튀를 방지하기 위한 정교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차이융썬 더블스타 회장은 지난달 22일 “(중국) 지리자동차가 볼보차를 인수한 사례처럼 금호타이어의 독립경영을 보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호타이어 본사를 우리나라에 두고 한국인 경영진이 국내 회사법에 따라 경영계획을 결정해 주주 허가를 받는 방식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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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중국 상하이차의 쌍용차 먹튀에 대한 악몽이 남아있는 만큼 이를 견제할 방안도 구체적으로 명문화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이날 노조 찬반투표가 가결되기는 했지만 재적인원의 35%에 달하는 1,052명이 반대할 정도로 더블스타에 대한 직원들의 불신은 여전하다. 찬성표를 던진 조합원들도 법정관리라는 최악만은 막자는 절박감 때문이었다는 게 투표 현장의 목소리다. 노조 관계자는 “더블스타가 제시한 경영정상화 계획을 보면 불확실한 부분이 많다”며 “향후 한국 공장에 대한 중장기 투자 계획은 물론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청사진을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블스타가 3년간 고용 보장, 5년 간 최대주주 유지 등을 약속했지만 뒤집어 보면 5년 뒤 기술만 빼내고 대규모 구조조정 등을 통해 인수 자금을 회수하고는 국내 공장 문을 닫고 떠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노조는 더블스타가 중국 공장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할 경우 국내 생산 물량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만큼, 중국 공장의 가동률을 끌어올리되 국내 공장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 하는 접근법도 요구된다.

노조에서는 고용보장 기간을 10년 이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산업은행은 더블스타가 2년 보장하겠다는 것을 설득해 3년으로 늘린 만큼 이 이상은 어려우며 오히려 3년 동안 경영이 정상화되면 고용 유지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다. 산은 등 채권단이 23% 지분을 가진 2대 주주라는 점에서 한국GM과 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채권단은 금호타이어의 지분 23.1%를 보유한 2대주주이자 기존 대출 장기 보유한 채권자로서 더블스타의 경영활동을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면서 “더블스타가 한국공장을 폐쇄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 회장은 △3년 고용 보장 △5년 주식 매각 제한 △자본구조 변경 및 배당, 특수관계자 거래, 기술 등 지적재산권 이전 등에 대한 채권자 동의 절차 등을 예로 들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더블스타가 투입 자금을 배당으로 회수하려면 적어도 15년 이상 걸려야 가능하다”면서 “과도한 배당은 채권단 동의를 받도록 해놨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금호타이어가 훼손된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는 작업도 병행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노조의 생산성 향상과 혁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금호타이어 노사와 산업은행, 더블스타는 미래위원회(가칭)을 꾸려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회사의 지속 발전 방향을 수립할 계획이다. 우리사주조합이나 임직원에 대한 스톡옵션, 우리사주조합에 대한 사측의 자사주 출연 등에 대한 구체적 방식과 대상도 논의된다. 궁극적으로 금호타이어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이익공유제’를 구체화하는 방안도 다룰 예정이다.


노희영·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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