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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봄' 열망하며 '우리의 소원' 함께 열창하다

13년 만에 열린 평양 공연

조용필, 이선희 등 11팀 무대

서현 北 유명곡 '푸른 버드나무' 부르자

첫 소절부터 관객들 박수 터져 나와

강산에 실향민 아픔 담은 '라구요' 열창

피날레 무대엔 관객들 양팔 흔들며 감동 나눠

남북평화 협력 기원 남측예술단이 1일 평양의 동평양대극장에서 공연 전 열린 리허설에서 ‘우리의 소원’을 부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남북평화 협력 기원 남측예술단이 1일 평양의 동평양대극장에서 공연 전 열린 리허설에서 ‘우리의 소원’을 부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동포 여러분, 서울에서 온 가수 서현입니다.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우리가 하나라는 것을 느끼고 마음 깊이 감동할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남과 북, 북과 남의 관계에도 ‘희망’이라는 꽃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1일 오후8시30분께(이하 한국시각) 북한 평양의 동평양대극장. 2시간10분에 걸친 남한 예술단의 공연이 막을 내리자 1,500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객석 한쪽에서는 쉴 새 없이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미련이 담긴 아쉬움에 일부 가수와 관객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특히 이날 공연에 참여한 가수들이 일제히 무대에 올라 ‘우리의 소원’과 조용필의 ‘친구여’, 북한 노래 ‘다시 만납시다’를 합창하며 피날레를 장식하자 모든 관객이 혼연일체가 돼 두 팔을 머리 위로 들고 양쪽으로 흔들며 감동을 나눴다. 공연이 모두 끝난 뒤에도 관객들은 일제히 일어나 기립박수를 쳤으며 출연진은 꽃다발 세례를 받았다.


지난 2005년 열린 ‘조용필 콘서트’ 이후 13년 만에 열린 우리 예술단의 평양 공연은 오는 4월27일 개최되는 남북 정상회담의 사전 행사이자 2월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강원도 강릉과 서울에서 무대에 올랐던 북한 예술단 공연에 대한 답방 행사로 마련됐다. 이날 공연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인 리설주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봄이 온다’라는 부제가 붙은 이번 공연에는 가수 조용필과 이선희를 비롯해 최진희·윤도현·백지영·레드벨벳·정인·서현·알리·강산에·김광민 등 총 11팀이 참여했다. 지난달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의 서울 공연 당시 북측 가수들과 피날레를 장식한 소녀시대 서현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공연은 두 시간 내내 감동과 흥겨움이 교차한 한 편의 드라마이자 대중가요의 향연이었다.

공연의 분위기를 띄운 것은 단연 걸그룹 레드벨벳의 퍼포먼스. 드라마 촬영 일정 때문에 방북길에 오르지 못한 조이를 제외한 웬디·아이린·슬기·예리 등은 신나는 댄스곡인 ‘빨간 맛’과 ‘배드 보이’를 부르며 흥을 돋웠다. ‘영원한 오빠’ 조용필은 40년간 함께한 밴드 ‘위대한 탄생’과 ‘그 겨울의 찻집’을 비롯해 ‘꿈’ ‘단발머리’ ‘여행을 떠나요’ 등을 열창했으며 윤도현은 평화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은 자작곡인 ‘1178’을 불렀다. 한반도 최남단에서 최북단까지의 거리인 1,178㎞에서 제목을 따온 이 곡이 연주될 때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활약한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영상이 스크린을 장식하기도 했다.


평양만 세 번, 북한은 네 번째 찾는 최진희가 북한의 음악 교과서에도 수록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사랑의 미로’를 불렀다. 1999년 평양 봉화예술극장에서 열린 ‘평화친선음악회’, 2002년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MBC 평양 특별공연’ 등에 출연한 적이 있는 최진희는 북한 현지에서 지명도가 매우 높은 가수로 통하며 ‘사랑의 미로’는 김정일의 애창곡으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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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예술단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가장 늦게 합류한 가수 강산에가 구성진 목소리로 ‘…라구요’의 한 소절을 뽑아 올리자 객석의 분위기는 최고조로 달아올랐다. 강산에의 대표곡인 이 노래는 현대사 한복판에서 인생의 풍파를 온몸으로 견뎌낸 모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충북 제천이 고향인 모친은 함경도로 시집을 갔다가 한국 전쟁 직후 남편과 생이별했다. 이후 홀로 거제로 피신했다가 같은 실향민 처지인 강산에의 부친을 만나 새롭게 가정을 꾸렸다.

사회자로 나선 서현은 북한 가수 김광숙의 대표곡인 ‘푸른 버드나무’를 노래했다. 북한 관객에게 매우 익숙한 곡인 만큼 서현이 첫 소절을 부르자마자 관객들의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백지영은 ‘총 맞은 것처럼’과 ‘잊지 말아요’ 등을 북한 관객에게 들려줬으며 알리는 ‘펑펑’, 정인은 ‘오르막길’ 등을 노래한 뒤 듀엣으로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로 시작하는 ‘얼굴’을 불렀다. 레드벨벳의 예리는 공연 후 기자들과 만나 “관객들이 예상보다 훨씬 크게 박수 쳐주시고 따라 불러주시기도 해서 긴장이 많이 풀렸다”며 미소 지었다. 위대한 탄생의 기타리스트 최희선은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에 “먹먹해져서 악보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4시30분부터 평양 태권도전당에서는 16년 만에 성사된 우리 태권도 시범단의 공연이 펼쳐졌다. 북한 주민들은 격파와 공중회전 발차기 등에 박수를 쏟아냈지만 방탄소년단의 노래 ‘불타오르네’에 맞춰 공연하는 부분에서는 표정이 굳어졌고 박수를 유도해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한편 남한 예술단의 두 번째 공연은 3일 오후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북측 예술단과 함께 꾸밀 예정이다. 태권도시범단은 2일 오후 평양대극장에서 남북 합동 공연을 계획 중이다. 방북단은 총 두 차례의 공연과 태권도 시범을 마치고 3일 밤늦게 평양 순안공항을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귀환한다.
평양공연공동취재단

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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