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北·中 "단계적으로" VS 美 "속전속결로"...비핵화 로드맵 가시밭길

■ 해법 다른 南北美中 비핵화

北·中, 긴호흡 비핵화 입장 고수

美는 "시간끌기 안돼" 연일 강조

靑은 포괄적 합의 절충 나섰지만

사공 많아 타협점 찾기 쉽지않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일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측 예술단 공연 ‘봄이 온다’를 관람한 뒤 남측 예술단 출연자들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일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측 예술단 공연 ‘봄이 온다’를 관람한 뒤 남측 예술단 출연자들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반도 비핵화를 놓고 남북미중 4강이 물고 물리며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북핵 합의부터 이행까지 일사천리로 끝나는 ‘일괄타결론’을 연일 강조하고 있지만 북중은 긴 호흡의 ‘단계적 비핵화’를 고수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청와대는 포괄적인 비핵화 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을 우선 이끌어내고 비핵화 과정을 최대한 압축하는 절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북미가 비핵화 과정 하나하나에 이견을 보일 수 있고 중국마저 본격적으로 판에 끼어드는 등 ‘사공’이 많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린지 그레이엄 미 상원의원(공화)은 1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핵무기 탑재 미사일을 보유하려면 9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며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는 북미 회담 등 대북협상이 북한의 ‘시간벌기’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친트럼프’계인 그레이엄 의원은 “북미 회담 목표는 핵 프로그램 포기여야 한다”며 “어쩌면 남북한과 미국·중국 등이 평화협정을 맺을 수 있지만 너무 시간을 오래 끌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평화협정도 우선 비핵화가 완료된 후 체결하는 것을 선호한다. 참여정부 때 국정원장을 지낸 김만복 전 원장 등은 저서 ‘노무현의 한반도 평화구상’에서 “미국은 2007년 10·4 공동선언에 대해 북한의 선 비핵화 후 평화협정 입장을 밝혔다”고 회고했다. 섣불리 평화협정을 체결했다가 핵 위협에 직면하는 ‘뒤통수’를 맞을 것을 우려한 것이다.


반면 북한은 ‘단계적 동시조치’ 식 비핵화를 주장하며 미국의 ‘속전속결’과 정반대 입장이다. 중국도 북한 입장을 지지하며 우선 남북미중 4자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이후 단계적 비핵화를 선호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9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반도 비핵화에는 긴 호흡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긴 호흡의 노력’ 과정에서 북중은 한미 훈련 축소, 주한미군 감축 및 철수, 주일미군 감축 및 철수 등도 요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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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며 진전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 핵심 관계자는 2일 기자들과 만나 ‘남북미 회의가 남북미중 회의보다 선행한다는 뜻을 밝히며 “남북·북미 회담이 잡혔고 대통령이 남북미 정상회의를 언급한 것까지가 현재의 상황이고 그 이상의 변화는 없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중재 해법으로 포괄적 비핵화 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을 우선 추진하고 압축적 비핵화 이행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계적 비핵화를 원하는 북한에는 “지난 25년간의 단계적 비핵화에 속은 미국이 더는 이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며 양보를 요구하고 미국에는 “우선 포괄적 합의를 하고 비핵화 단계를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자”는 접근법이다. 사실상 개최가 확정된 남북·북미 정상회담에서 예열을 하고 남북미 정상회의에서 북핵 폐기안을 합의한 뒤 중국을 포함한 4자 정상회의에서 담보하겠다는 구상이 거론된다.

하지만 가시밭길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예컨대 북한이 핵 개발 시설 중 어떤 것을 폐쇄하면 미국이 어떤 보상을 해주는지 등의 로드맵을 짜야 하는데 과정 하나하나에서 북미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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