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정부, 외환개입 내역 공개 기정사실화...'주기·날짜까지 포함' 놓고 美와 신경전

대응 패턴 투기세력에 읽혀

시장안정화 약발 안먹힐수도




미국의 전방위 압박과 맞물려 우리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를 추진하면서 공개를 어떻게, 어디까지 할지가 새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얼마나 자주 공개할지는 물론 달러를 며칠에 사고팔았는지까지 공표할지 여부를 두고 한미 간 신경전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2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한다는 방침을 사실상 확정한 상태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한데다 환율조작국 지정을 무기로 쥔 미국은 물론 국제통화기금(IMF)도 수년째 우리 정부에 ‘투명성 제고를 위해 개입 내역을 공개하라’는 요구를 해온 실정이다. 외환당국의 한 관계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별개로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 여부는 오랫동안 검토해온 사안”이라며 “내부 검토를 마무리 짓고 이제 결정만 남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공개 방침 자체는 확실해진 만큼 이제 문제는 공개 주기와 시점, 그리고 개입 내역을 얼마나 자세히 공개할지다. 미국은 매년 1·4·7·10월에 전 분기 개입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일본·영국·캐나다·호주 등 선진국 대다수는 월 단위로 1개월 후에 개입 내용을 공개한다. 3월 개입 내역을 4월에 공개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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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주기와 시점이 짧을수록 외환시장 변동성에 취약한 우리나라로서는 부담이 커진다. 우리 외환당국이 시장에 대처하는 패턴이 투기세력에게 읽혀 시장 안정화 조치가 필요할 때 약발이 먹히지 않을 위험도 커지기 때문이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자본시장 자유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 특성상 개입 규모를 공개하더라도 개입일로부터 상당히 시간이 지난 뒤에 해야 한다”며 최소 1년을 제시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도 “개입 내역을 공개하는 것 자체가 우리가 양보하는 것”이라며 “싱가포르처럼 일단 최소한 반기 단위로 공개 주기를 정하고 추후 강화하는 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베트남은 앞으로 반기 단위로 외환시장 개입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뿐만 아니라 개입 일자를 공개하라는 압박에도 강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정확히 며칠에 달러를 사고팔았는지까지 공개하라고 미국이 압박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금도 간접적이나마 준비자산 증감이나 외환 포지션 변화를 통해 월간 단위로 개입의 정황을 알 수 있다”며 “지금보다 투명성을 높이라고 한다면 일간 단위로까지 공표하라는 요구가 들어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미국은 당연히 개입 일자까지 공개하라고 할 텐데 그런 요구는 최대한 막아야 한다”며 “공개와 관련한 세부 사항은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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