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의 수립과 집행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그만큼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경제문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국내외 경제환경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경제는 경제논리에 입각해 풀어나가야 한다는 원칙에도 최근의 상황은 경제논리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통상문제만 하더라도 우리의 의지와 달리 정치와 안보 문제까지 결부되고 있다. 이미 경험했듯이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도 경제논리의 범주를 벗어난 문제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경제적 요인만 하더라도 정책 결정에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라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금리 차에 따른 자본유출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인상해야 하지만 국내의 물가상승률이나 경기를 감안하면 금리를 인상하기도 난처한 상황이다. 청년실업 대책이나 부동산정책도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
이러한 경제현안의 해결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와 별개로 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추구해야 할 경제문제도 있다. 당장 눈앞의 현안에만 매달리다 보면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등한시하는 잘못을 범할 수도 있다. 단기적 현안뿐 아니라 우리 경제의 미래를 결정할 장기과제에 대해서도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가 당면한 가장 큰 위험은 저출산 고령화로 요약되는 인구구조 문제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출산율이 1.05명에 그치면서 미래의 심각한 노동력 부족이 예상되고 있다.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는 이미 지난해부터 감소하기 시작한 데 비해 65세 이상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면서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하는 노인의 수가 지난 2017년의 18.8명에서 오는 2065년에는 88.6명으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60년대가 되면 인구의 절반가량이 60세 이상이 되는 늙은 사회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들이 수행돼왔다. 그러나 냉정히 평가하면 과거의 정책들은 모두 실패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부모에게 아이들이 자산보다 부채가 돼버린 현 상황에서 부분적인 경제적 인센티브 제공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책당국의 보다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구구조 변화의 추세를 바꾸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앞으로도 저출산 대책의 효과가 상당 부분 불확실할 뿐 아니라 설령 출산율이 높아진다고 하더라도 올해 태어난 아이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20~30년 후가 될 것이다. 따라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과 별도로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한 장기대응전략 수립이 시급하다. 인구구조의 변화는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당장 체감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인구문제로 인한 부작용이 현실화될 시점에는 이미 늦었을 가능성이 높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한다는 것은 단순히 일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감소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기술을 개발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창의적인 기업가정신을 가진 사람의 수도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경제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다. 동시에 고령화는 노동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연금·재정·금융 시장에서 커다란 충격으로 대두될 것이다. 지금부터 대비하지 않으면 다음 세대에 너무나도 큰 짐을 넘겨주게 된다.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해 법과 제도 그리고 경제의 체질을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생각하면 지금부터 바꿔나가야 한다. 우리가 절실하게 느끼지 못하고 있는 사이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