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비대해진 靑, 장관이 안보인다]'낮은 청와대' 약속했지만...참모들이 A부터 Z까지 다 챙겨

■'만기친람'식 국정운영 BH

비서실 정원 동결 불구 높은 국정지지율에 실제 파워 강해

靑이 경제·사회 현안까지 주도, 장관·기관장들 조연 전락

공직자사회 '만사청통' 자조...'분권 지향' 文정부의 역설

靑은 "관료 복지부동 여전...주도적으로 나서지 않아 문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 세계의 이목은 대한민국 외교안보 당국에 쏠려 있지만 정작 외교부는 소외 논란을 사고 있다. 대미 및 대북 소통채널이 주로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가정보원 중심으로 구축돼 운영되면서 외교부는 ‘핵심정보가 없다’거나 ‘정보가 늦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다른 주요 부처들도 동병상련의 처지다. 경제·사회 등 주요 국정 현안마다 청와대가 전면에 나서면서 소관 장관이나 기관장들은 종종 조연으로 밀려나거나 의견조율을 마무리 짓지 못해 정책이 혼선을 빚고 있다.

일부 공직자들은 사석에서 ‘만사청통’이라고 자조 섞인 우려를 내놓는다. 주요 나랏일들이 결국 청와대로 통해야 조율되고 마무리되는 상황을 지적하는 조어다. 분권을 지향하는 문재인 정부의 역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낮은 청와대’를 지향하며 각 행정부처 등이 국정을 주도하는 책임총리·책임장관 시스템을 추구하고 있지만 현실은 점점 더 청와대에 권한과 권위가 실리는 분위기다. 이러다 보니 “청와대가 시시콜콜 너무 관여한다”거나 “청와대가 과도하게 많은 힘을 가지려 한다”는 걱정의 목소리도 정가와 관가에서 적잖이 나온다. 현 정부의 청와대 비서실 정원은 433명으로 전임 정부 수준에서 동결됐지만 70% 안팎의 국정지지율 등에 힘입어 실질적인 파워는 역대 어느 정부 못지않게 세다는 것이다.



교육정책도 예외가 아니다. 2021년도 수학능력평가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개편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 많은 논란을 샀음에도 교육부가 청와대의 기조에 맞춰 추진해 교육 현장의 거센 발발을 사기도 했다. 교육부는 그마저도 중도에 추진동력을 잃고 국가교육위원회로 권한을 이임해야 했다. 해당 정책은 여전히 논란을 사고 있지만 1년 정도 미뤄진 2022년도부터 적용하는 선에서 강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가나 해역에서 조업 중이던 우리 국민들이 피랍되는 사건이 빚어졌지만 이에 대응해 문무대왕함 등을 현지로 급파하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국방부가 소외됐다는 ‘패싱’ 논란을 사기도 했다.


청와대도 할 말은 있다. 한 고위 청와대 참모는 “관료들이 바짝 엎드려 눈치나 보고 시키기 전에는 주도적으로 일을 하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행정부처에 일임했더니 서로 권한·책임을 놓고 이전투구만 하고 있더라는 질책을 하는 청와대 참모들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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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부처 공직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한 고위당국자는 “예를 들어 경제정책의 경우 현 정부가 추구하는 소득주도성장, 일자리정책 등의 주된 방향이 그동안 경제관료들이 학교나 공직에서 배우고 실천해왔던 주류 이론과는 상당히 다른 새로운 시도”라며 “그런 만큼 혹시 부작용이나 대안은 없는지 돌다리 두드리듯 신중하게 추진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부분을 청와대 참모들이 복지부동이라고 오해할 수는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청와대뿐 아니라 대통령 자문기구 등에도 힘이 실리면서 ‘시어머니’가 너무 많아졌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시민단체 등에서 활동했던 진보 성향 인사들이 청와대와 정부부처 등에서 주축을 이루게 된 코드인사가 ‘강한 청와대’의 주된 요인이라는 시각도 있다. 진보 색채가 강한 청와대 참모들과 해당 코드에 맞는 부처 고위공직자들이 서로 보조를 맞추는 과정에서 다른 목소리의 정책들이 상대적으로 위축돼 마치 청와대에 한층 힘이 실리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지난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여론을 들끓게 했던 가상화폐 대응 혼선의 배경이 그랬다. 이 문제에 대해 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참모들에게 내렸던 가이드라인은 “가상화폐 문제는 관련 산업 영향과 투자 과열 문제를 모두 감안해 잘 살펴달라”는 균형감 있는 지시였다. 그러나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강경대응을 주장했고 당시 청와대 핵심참모인 조국 민정수석 등이 이에 동조했다는 게 복수의 여권 고위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 같은 기류는 결국 박 장관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발언으로 이어져 시장의 대혼란을 부추겼다. 조 수석과 박 장관은 각각 참여연대와 경실련에서 활동했던 진보 성향 인사로 평가받는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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