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만파식적}식목일 변경 논란




조선 시대 왕들은 해마다 경칩이 지나고 첫 해일(亥日)에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동대문 밖 선농단을 찾아 신농과 후직을 모시는 친경제(親耕祭)를 지냈다. 순종도 1910년 4월5일을 맞아 한 해 농사를 시작하면서 손수 쟁기질로 밭을 갈면서 나무도 함께 심었다고 한다. 오늘날 식목일의 유래다. 일제시대에는 식목일이 4월3일로 옮겨졌지만 1946년에 다시 4월5일로 바꿔 제1회 기념행사를 서울시에서 주관했다. 이날은 또한 신라가 당나라 세력을 한반도에서 쫓아내고 삼국통일을 완수한 뜻깊은 날이기도 하다.


4월5일은 청명과 한식을 겸하고 있어 나무를 심거나 산소를 다듬는 데 계절적으로 적당한 시기다. 하지만 기후 온난화 현상에 따라 식목일을 3월로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민간기상업체인 케이웨더가 1941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강릉 등 6대 도시의 식목일 평균기온을 따져봤더니 70년간 최대 4도 이상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만 해도 식목일 평균기온이 1940년대의 7.9도에서 10.5도로 높아졌다. 날씨만 따져보면 나무를 심는 데 3월 하순이 적기라는 얘기다. 하지만 식목일이 70년의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데다 통일에 대비해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몇 해 전 국무회의에 올라갔던 식목일 변경 문제가 무산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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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는 식목일이 3~4월에 걸쳐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 미국은 처음에 식목일(Arbor Day)을 3월22일로 했다가 지금은 4월 마지막 주 금요일로 바꿔 주별로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북한은 4월6일로 정했던 식수절을 1999년부터 3월2일로 바꿨고 중국도 1977년부터 식수절을 3월12일로 변경했다. 일본 등에서는 3~4월에 지역 단위로 산림축제를 겸해 다양한 방식으로 나무를 가꾸고 있다.

식목일 기념행사를 전 세계로 확산시킨 미국의 JS 모턴은 “다른 기념일은 단지 과거를 기리는 것이지만 식목일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식목일을 맞아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도록 나무 한 그루라도 더 심고 보살피는 모두의 노력이 절실한 때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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