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美中 무역 전면전]첨단산업 성장 막는 美, 트럼프 표밭 겨눈 習…벼랑 끝 싸움

美 이달 중 환율보고서 발표…對美투자제한 할수도

중국도 남겨둔 항공기 수입제한 카드로 맞불 예고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일부 품목을 둘러싼 국지전에서 전면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중국이 미래 산업으로 육성하는 첨단 품목을 집중 견제하며 중국의 경제 성장을 저지하려는 의도를 드러내자 중국은 대두와 자동차 등에 즉각 고율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내 지지기반인 ‘팜벨트(농장지대)’와 ‘러스트벨트(공장지대)’를 겨누고 나섰다. 다만 양국 모두 실제 관세 발효까지는 시간을 두며 팽팽한 맞대결의 와중에도 접점을 모색하고 있어 다음달이 양국 간 힘겨루기의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트럼프 정부가 3일(현지시간) 발표한 1,300개의 중국산 고율 관세 부과 품목은 거의 전 산업에 걸쳐 있지만, 특히 중국의 미래를 겨냥한 것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가 이날 발표한 품목들은 반도체·신약·산업로봇에서 정보통신 제품은 물론 고성능 의료기기와 첨단화학제품·항공우주 분야까지 망라한 것으로 시진핑 정부가 지난 2015년 국가주도 신산업 정책인 ‘중국 제조 2025’를 발표하면서 미래 먹거리로 육성을 천명한 품목들과 대부분 겹친다. 반면 당초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됐던 의류와 신발 등은 제외됐다. 트럼프 정부의 이번 조치는 단순한 ‘제조 대국’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중국이 핵심 첨단기술을 지닌 ‘제조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성장의 길을 가로막는 데 주안점을 뒀음이 분명해진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이 즉각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반격에 나서면서 양국 간 통상전쟁은 지금까지의 국지전 양상에서 단숨에 전면전으로 확전되고 있다. 중국은 2일 미국산 돼지고기 등 128개 품목에 대한 15~25%의 관세 부과를 시행한 지 이틀 만인 4일 2차 맞보복 조치를 바로 취했다. 특히 중국 당국이 이날 추가 관세 부여 대상으로 발표한 품목은 미국산 대두와 자동차·항공기 등 미국 경제는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향후 재선 가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인 ‘표밭’ 산업들이다. 이 밖에 보복관세 부과 품목 명단에는 옥수수·옥수수분말·소고기·담배 등의 농산품이 대거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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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은 140억달러에 이르는 대두를 중국에 수출했으며 생산농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팜벨트’에 몰려 있다. 홍콩 봉황망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앞서 자국의 대두 생산농가에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며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줄이기 위한 수순에 돌입한 상태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팜벨트를 겨냥한 보복 조치를 펼치기 전에 자국 관련 산업의 보호 조치를 미리 취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자동차 분야 역시 중국이 벼르던 맞보복 대상이다. 쉬하이둥 중국자동차공업협회 비서장 조리는 앞서 “무역전쟁이 일어나면 미 자동차 업체들은 거대한 중국 시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지난해 중국의 미국 자동차 수입액은 100억달러에 달했다. 중국 매체들은 향후 20년간 중국에 7,000대 이상의 항공기를 판매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 보잉사도 상당한 매출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항공사 보잉은 지난해 전 세계 항공기 인도량의 26%(202대)를 중국에 보냈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할수록 정부 간 협의 채널도 분주해지는 모습이다. 미 재무부가 이달 중 환율보고서를 발표하고 중국의 대미 투자 제한 조치를 내릴 수 있어 양국 간 줄다리기는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5월에나 돌파구가 열릴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당분간은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양국의 벼랑 끝 압박이 지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의 보복 조치 발표 후 트위터에 또다시 대중 무역적자를 언급하며 “계속 놔둘 수 없다”고 강조했다. USTR는 다음달 15일 공청회를 열고 22일까지 업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6월 초쯤 최종 관세 부과 여부 및 품목을 확정할 계획이다. 중국 역시 “미국 정부의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 부과 상황에 따라 추후 공표하겠다”는 입장이다. /뉴욕=손철특파원 베이징=홍병문특파원 runiron@sedaily.com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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