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美 '中 압박용 패'로…베트남産 韓냉연에 200% 관세폭탄 예고

美 상무부 "중국산 소재 썼다"

한국 해외법인까지 타깃으로

포스코 "저가 현지용" 설득 총력

중국산 물량 줄이면 中보복 우려

국내산 대체땐 가격경쟁력 타격

강대국 신경전에 수출길도 희미

지난 2009년 준공된 동남아 최대 규모 냉연공장 포스코 베트남 전경. /사진제공=포스코지난 2009년 준공된 동남아 최대 규모 냉연공장 포스코 베트남 전경. /사진제공=포스코



미국 상무부가 중국산 소재를 가공해 미국에 되팔고 있다며 포스코 베트남법인을 필두로 한 베트남 주요 철강업체에 200% 이상의 고강도 관세 폭탄을 예고했다. 중국산 소재를 사용한 제품은 대부분 현지에서 판매한다는 포스코의 항변에도 아랑곳 않고 있다.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중국산 소재를 사용하는 업체를 압박해 중국을 간접 공격하는 모양새다.

4일 철강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최근 베트남법인이 만드는 냉연강판에 대한 미 상무부의 보복관세 예비판정에 항의하는 의견서를 보냈다. 상무부가 지난해 12월 포스코 베트남법인 등 베트남 철강업체가 중국산 소재를 들여와 가공한 뒤 미국에 되판다며 제재를 예고한 데 대한 반론이다. 포스코는 중국산 소재로 만든 물량은 대부분 현지 내수시장에 판매하고 있다고 거듭 주장하지만 미 상무부는 이를 외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상무부는 포스코 베트남법인 등이 중국산 소재를 일부 가공해 미국에 수출하는 만큼 중국산 냉연강판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산 냉연강판에 매겼던 265.79%의 관세를 포스코 베트남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 베트남법인이 중국산 소재를 일부 들여와 가공해 팔기는 하지만 대부분 현지 저가 철강 시장을 겨냥한 제품”이라며 “미국으로 보내는 물량은 대부분 한국산 소재를 사용한 고급 제품이라는 것을 상무부도 잘 알고 있을 텐데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추측했다.


미국이 포스코 베트남을 포함한 중국산 소재 사용 업체를 전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고강도 제재를 주고받으며 중국과 무역전쟁에 나선 미국이 중국을 압박할 하나의 패로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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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올 초 한국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하겠다며 중국산 환적(換積·옮겨싣기) 문제를 거론한 것도 이러한 의심을 뒷받침한다. 한국이 중국산 소재를 들여와 가공해 미국에 되파는 물량은 지난 2016년 기준 8만4,000톤으로 대미 전체 수출의 2.4%에 불과하다. 하지만 미국은 이를 빌미로 한국을 중국의 우회수출 통로로 규정, 한국산 철강재 전체에 25% 추가관세를 매기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카드를 꺼내든다. 통상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세계에서 중국산 물량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한국을 어떤 식으로든 압박하면 결국 중국산 물량을 줄일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국 철강 업계의 운신 폭은 좁기만 하다. 당장 중국산 물량을 줄이면 동남아시아 해외법인은 실적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동남아 시장은 저가 중국산 물량이 몰려오면서 중국 철강재를 중심으로 가격이 형성돼 있다. 국내에서 소재를 들여와 파는 것보다 중국산 소재를 들여와 파는 게 10% 정도 더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열연강판을 자체적으로 만들 능력이 있는 포스코가 중국산 물량을 일부 들여와 가공해 현지에 판매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업계는 이런 상황에서 중국산 물량을 국내산으로 대체하면 가격경쟁력에 타격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섣불리 중국산 물량 줄이기에 나섰다가 후폭풍을 맞을 우려도 적지 않다. 한국 철강의 주요 시장이기도 한 중국이 빗장을 걸어잠글 수 있다는 전망이다. 대중 철강 수출액은 2015년 39억달러를 기록한 후 40억달러, 43억달러로 해를 거듭할수록 늘면서 중국 시장의 중요성은 커지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 제한을 걸거나 중국 내 합작 법인을 겨냥한 먼지 털기 식 조사에 나설지도 모른다”며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어떤 형태로든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에서도 충분히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미중 간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있는 터라 중국의 촉이 어느 때보다 민감한 상황이다. 미국의 압박에 못 이겨 중국산 물량을 줄이면 중국에 등을 돌려 미국 편에 섰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철강 업계는 무역확장법 232조 이후 중국산 물량을 감축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면서도 이를 추진하는 데 매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를 향해 꺼내드는 제재 수위가 높아질수록 국내 철강 업계가 마음을 졸이는 이유다.

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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