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달걀, 아직도 꺼려지나요?

문홍길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 가금연구소장

문홍길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 가금연구소장문홍길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 가금연구소장



지난 1991년 태풍으로 인해 수확을 앞둔 사과의 90%가 떨어져버렸다.


농민들은 허탈감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한 농민의 제안으로 남은 10%의 사과를 가지고 이 사과를 먹으면 절대 시험에 떨어지지 않는 ‘안 떨어지는 사과’라고 마케팅을 한 결과, 전년도보다 매출이 30% 증가했다. 일본 아오모리 현에서 팔리는 ‘합격 사과’의 기원이다.

아랍의 어느 부자가 죽음을 앞두고 두 아들에게 말을 타고 사막을 횡단하는 경주를 시켰다. 그런데 조건이 좀 특이했다. 자신의 말이 늦게 도착하는 아들에게 더 많은 유산을 상속하기로 한 것이다. 다시 말해 말이 먼저 도착하면 지는 게임이다. 형제는 눈치를 보며 서로 늦게 가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으나, 땡볕이 내리쬐는 사막이라 여간 곤욕이 아니었다. 그러던 형제가 갑자기 빨리 달리기 시작했다. 어찌 된 일일까? 말을 서로 바꿔 탄 것이다. 사람이 아니라, 말이 먼저 도착하면 지는 경주이므로 형은 동생의 말을 동생은 형의 말을 먼저 도착시켜 이기려 한 것이다.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역발상’의 실제 사례와 우화이다.


지난해 유럽의 많은 국가와 우리나라는 살충제 달걀 파동으로 심한 홍역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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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을 연구하는 연구자의 한사람으로서 우선 머리 숙여 깊은 사과의 말씀부터 드린다. 우리 정부는 국민들에게 안전한 달걀을 공급하기 위해 전례가 없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즉, 농장에서의 생산 단계뿐만 아니라 시중에 유통 중인 달걀에 대해서도 잔류 물질 안전성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생산 단계에서는 산란계 농장 중 8%만 샘플조사 하던 것을 대한민국 전체 농장으로 확대했다. 일단 관리 대상 농가로 분류되면, 1차 3회, 2차 3회 등 총 6차례의 검사를 통과해야만 달걀을 판매할 수 있다.

양계 농가 역시 책임을 뼈저리게 인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강력한 조치 때문에 허가된 살충제조차 사용을 꺼리고 있다. 다시 말해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은 있지만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달걀은 유사 이래 가장 안전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살충제 파동 이후 꺼림칙한 마음에 달걀 소비는 크게 줄어들었다. 물가지수를 고려할 때 현재 달걀 가격은 사상 최저라고 한다.

인과응보(因果應報)로 받아들여야 하지만, 이 대목에서 필자는 역발상을 한번 제안해 보고자 한다. 어느 때보다 안전하게 생산되고 있는 달걀을 가장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지금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달걀의 영양 가치는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 소비자들이 양계 농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와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 달걀 구매를 주저하지 않길 바란다. 나아가 좀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앞으로도 지금처럼 계속 안전한 달걀을 생산해 달라고 농민들을 격려해 준다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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