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최종구 "엘리엇-현대차 문제, 삼성 때와 다르다"

① 지분율 적어 주총 영향력 미미

② 연기금 등 동요 가능성 없어

③ 지분매입 목적, 경영권 아닌 돈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마포구 IBK기업은행 마포지점에서 열린 코스닥 벤처펀드 출시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최종구 금융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마포구 IBK기업은행 마포지점에서 열린 코스닥 벤처펀드 출시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낸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을 두고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때와는 다를 것으로 본다. 민감한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의 키(key)가 될 현대모비스의 분할 및 현대글로비스와의 합병 등에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헤지펀드와 추구하는 바가 다를 것”이라며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우호적일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미 국내 투자자들이 엘리엇의 성향을 알고 있고 엘리엇 역시 삼성과의 분쟁을 통해 얻은 바가 있는 만큼 지배구조 개편 작업 과정에서 현대차그룹과 엘리엇 간 큰 잡음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 위원장은 5일 서울 마포구 IBK기업은행 창업보육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주주 간 또는 경영진 간 적법 절차로 해결될 것으로 본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위원장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때와 달리 이번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작업에 엘리엇이 등장한 것을 두고 “민감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우선 지분율 자체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엘리엇이 밝힌 현대모비스와 현대차·기아차에 대한 투자 규모는 1조원 수준이다. 세 곳 모두 지분율로 보면 1~2% 수준에 불과하다. 최 위원장은 “이 정도의 지분율이 어느 정도 의미가 있다고 할지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현대모비스는 인적분할 및 현대글로비스와의 합병을 위해 다음달 29일 주주총회를 연다. 주주명부 확정일은 오는 19일로 그 사이 엘리엇이 공격적으로 지분을 추가 매수하지 않으면 사실상 주총에서 영향력을 미치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 위원장은 현대모비스의 주식 48%를 보유한 외국인 역시 엘리엇의 행동에 쉽사리 동조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외국인 투자가라고 해서 다 성격이 같고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라며 “특히 연기금과 같은 장기투자펀드는 헤지펀드와 추구하는 바가 서로 다르다”고 말했다. 이는 현대모비스 지분 9.82%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경우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방안에 대해 찬성하는 편이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몽구 회장(7%)과 그룹 내 계열사의 현대모비스 우호지분이 약 30% 수준인 상황에서 국민연금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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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현대차그룹이 주주와의 소통을 더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최 위원장은 주문했다. 그는 “외국인 투자가들의 관심이 많은 국내 대기업들은 과거 삼성과 엘리엇 간 분쟁에서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라며 “투자자의 성향이나 행태별로 서로 다른 원활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도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의 주요 주주라고 밝힌 것을 두고 경영권 흔들기라기보다는 시세차익을 거두겠다는 전략으로 판단하고 있다. 2015년 당시 삼성물산 지분율을 7.12%까지 끌어올린 엘리엇은 공시를 통해 지분 매입 목적을 ‘경영 참가’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주주 권익을 증진시킬 수 있는 노력을 해달라는 입장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28일 출자구조 재편 발표 당일부터 국내는 물론 미국과 유럽·아시아를 돌며 투자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투명경영위원회와 주주 추천 사외이사제 등을 도입해 주주 권익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부분을 주요 투자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며 “해외 투자설명회를 통해 엘리엇과의 소통도 강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조민규·김기혁기자 cmk25@sedaily.com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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