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반대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비현실적 건강보험 수가부터 올려야

현재 의료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비급여진료를 줄여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한다는 이른바 ‘문재인케어’에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률은 63.4%다. 의료계는 정부의 ‘보장성 강화’가 달리 말하면 의사와 병원에 대한 ‘저수가 강요’라고 비판하고 있다. 지난달 말 정부가 상복부 초음파 검사 급여화를 전면 확대하는 행정고시를 예고하자 지난달 23일 선출된 최대집 신임 의협 회장은 사전협의가 없었다며 문재인케어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찬성 측은 진료비의 비급여 부분을 급여화해 우리 국민이 직접 부담하는 의료비의 비율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비급여를 줄이는 과정에서의 수익 감소로 의료기관만 피해를 보게 되며 건강보험료 인상 없이 보장률을 높이는 것도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국민건강보험의 비급여 완전 해소를 주요 정책목표로 하는 ‘문재인케어’가 대한의사협회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의협은 정부의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고시 철회를 요구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집단휴진도 불사하겠다고 공언했다. 정부가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해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을 결사반대하는 의협의 주장을 선뜻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의협의 정부가 비급여를 없애기 전 과다하게 낮게 책정돼 있는 건강보험 수가부터 정상화하라는 주장은 그동안 우리나라 의료계가 저수가 상태에서 일정 수준의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비급여 영역을 활용해왔음을 전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의협은 문재인케어가 외형상으로는 보장성 확대이지만 그 과정에서 의료기관의 의료행위를 정부의 기준 틀에서 완전히 통제하려는 시도로 인식하고 있다.

문재인케어는 3,800여개에 이르는 비급여를 의학적 타당성이나 비용 효과성을 따져 타당성이 있으면 보험급여로, 부족하면 예비급여로 전환해 궁극적으로 모든 비급여의 단계적인 건강보험 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비급여를 급여화하면 의료 이용자가 저비용으로 치료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의료 이용량이 늘어나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오히려 유리할 수 있는데도 반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비급여가 급여화되는 과정에서 각각의 급여에 대해 보험당국이 가격을 결정하게 되는데 책정되는 가격이 현재 의료기관에서 자유롭게 받고 있는 가격보다 대폭 낮아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가격 하락으로 늘어나는 이용량 증가에 따른 수입 증가와 가격 하락에 따른 수입 감소 중 어느 것이 클 것인가는 이론적으로 3,800여개에 이르는 각각의 비급여에 대한 수요의 가격 탄력성 정도에 따라 상이할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비급여 해소에 따른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고 비급여의 급여화에 따른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가격은 최대한 낮게, 이용량은 일정 규모로 통제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의료기관의 수입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 따라서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정부와 의료기관 간 샅바 싸움은 이제 시작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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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케어를 추진하는 정부의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의료기관의 반발을 해소하자면 보험수가를 정상화해야 하고 정부가 당초 제시한 30조6,000억원의 재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게 된다. 반대로 원래 계획대로 비급여 해소를 밀어붙이면 의료계의 격한 반발을 감당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시스템은 미국과 유사하게 민간 시장에 거의 맡겨져 있다. 의료기관이 공공기관으로 운영되고 의료인력 대부분이 공무원 신분에 가까운 유럽 시스템과는 근본적으로 상황이 다르다. 문재인 정부는 유럽식 의료 시스템을 이상적인 것으로 상정하고 의료의 공공성을 최대한 강화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비급여 해소 정책은 이러한 선상에서 볼 때 1차적 관문이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은 보장성 논란에도 미국 등 민영 의료 시장에 맡겨져 있는 곳보다 의료비가 비교적 낮은 수준이고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급여제도가 병행돼 우리나라는 의료 사각지대가 거의 없는 나라로 꼽힌다. 의료기관과 의료인력이 낮은 수가에도 수익 창출을 위해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하고 더 나은 의술을 추구한 결과 의료기술의 수준이 세계 최상이라는 점에서 의료기관이 정체 상태에 빠져 있는 유럽과도 차별화된다.

문재인케어 추진을 위해서는 비급여의 급여화 전에 건강보험 수가를 적정 수준으로 정상화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비용 부담자인 국민에게 문재인케어에 필요한 비용이 30조6,000억원이 아니라 훨씬 더 많으며 건강보험료의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별로 큰 추가비용 부담 없이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정책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국민에게 솔직하게 이해를 구하는 것이 문재인케어 추진에 따른 현재의 난관을 극복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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