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검찰, 하청업체서 'BMW·뒷돈' 받은 대림산업 전 직원들 구속 취소… “구속 핵심 증거 위조”

하청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됐던 대림산업의 전 직원 두 명이 풀려났다. 경찰이 이들을 구속할 때 핵심 증거가 된 하청업체의 지출결의서가 조작된 것으로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다만 검찰은 두 사람의 금품 수수 혐의는 자백 등으로 일부 입증된 상태이기 때문에 두 사람에 대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는 계속할 예정이다.

5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대형 건설사업과 관련해 하청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지난달 20일 구속됐던 대림산업 전 현장소장 백모(55)·권모(60)씨의 구속을 지난 4일 취소했다. 특수3부는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백씨와 권씨 외 대림산업 전·현직 임직원 9명을 불구속기소해 송치해온 이 사건의 수사를 이어가는 중이었다.

이는 경찰의 수사 당시 이 사건에서 금품을 건넨 당사자이자 제보자인 하청업체 대표 박모씨(73)가 금품 상납의 핵심 증거로 제출한 지출결의서가 위조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담당 검사는 최근 지출결의서를 살펴보다가 각기 다른 기간에 쓰인 내역의 글씨체가 유사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검사가 하청업체의 담당 경리 직원 등을 추궁한 결과 지출결의서를 사후에 작성했다는 대답을 얻어냈고 결국 제보자 박씨도 그 사실을 인정했다.


따라서 검찰은 구속 근거가 된 증거가 위조됐다는 점을 들어 백씨와 권씨의 구속을 취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두 명의 구속이 사후 위조된 증거에 기반해 진행된 것이기 때문에 구속 유지가 부적절하다 판단했다”며 “절차적 정의가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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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측은 지출결의서가 조작됐다고 해서 두 사람이 배임수재 혐의를 벗은 건 아니기에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는 계속한다는 설명이다. 이미 두 사람 중 한 명은 일부 혐의에 대해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수사한 경찰에 따르면 백씨는 박씨에게 자신의 딸 대학 입학선물로 시가 4,600만원 상당의 BMW 외제차 등 13차례에 걸쳐 총 2억원 상당 금품을 챙긴 혐의를 받으며 권씨는 박씨로부터 발주처 감독관 접대비 명목 등으로 총 10차례에 걸쳐 1억4,500만원을 받은 혐의가 있다.

또한 검찰은 제보자인 박씨에 대해 증거위조죄를 추가해 수사하기로 했다. 이미 박씨는 대림산업 측에 공사 추가 수주나 설계변경을 통한 공사비 증액 등 청탁을 한 배임증재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올라 있었다.

한편 이 사건에서 대림산업 전·현직 임직원 11명은 대림산업 토목사업본부장, 현장소장 등으로 근무하던 2011~2014년 대림산업이 시공한 각종 건설사업과 관련, 박씨에게서 업체 평가나 설계변경 등 명목으로 총 6억1,000여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박씨는 경찰에서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대림산업 측에서 공사에 트집을 잡거나 중간정산금 지급을 미루는 등 횡포를 부리고, 현장을 아예 멈춰버리는 경우도 있어 거부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 80명 규모였던 박씨의 회사는 30여년간 대림산업이 시공한 공사만 수주하던 하청업체였으나 이후 대림산업으로부터 수백억원대 추가공사비를 받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다 결국 폐업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조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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