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구글이 전쟁 사업을 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글로벌 인터넷 공룡 구글의 직원들이 자사의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미 국방부와 무인 항공기 타격을 위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최첨단 기술을 보유한 미 실리콘벨리 기업과 국방부 간 협력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AI 분야에서 선두기업으로 꼽히는 구글의 직원들이 수면 위로 올린 AI 무기화 경계론이 향후 어떤 파급력을 갖게 될지 주목된다.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지금까지 3,100명의 구글 직원들이 “펜타곤의 파일럿 프로그램인 메이븐(Maven)에서 철수하고 전쟁기술을 구축하지 않을 것임을 발표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에게 보냈다고 보냈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5월 AI를 사용해 비디오 이미지를 분석하고 군사용 드론의 타격 목표를 향상하기 위한 프로젝트인 메이븐을 발표했다. 구글은 국방부에 머신 러닝용 클라우드서비스인 ‘텐서플로’를 제공해 드론 영상에서 물체를 자동으로 인식하는 것을 지원하고 있다. 구글 직원들은 서한을 통해 “구글이 프로젝트 메이븐에서 ‘비공격적’ 부문에 관여하고 있다고 해도 구글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며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과 같은 다른 회사가 참여하고 있다고 해서 구글도 괜찮다고 해서는 안 된다며 ‘악마가 되지 말자’는 구글의 모토를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사 직원들의 강력한 반발에 대해 구글은 “메이븐 프로젝트에서 구글의 역할은 비공격적 목적으로 한정돼 있다”며 “이 기술은 생명을 구하고 분석가들이 지루한 작업을 위한 것”이라며 AI 기술의 군사적 이용에 대한 우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밝혔다.
외신들은 구글 내부에서 발생한 AI 무기화에 대한 경계심이 실리콘벨리 혁신기업 전반으로 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하고 있다. AI와 관련해 중국으로부터 거센 추격을 받고 있는 미국 정부가 최첨단 기술력을 확보한 실리콘벨리 기업과 공동협력을 모색하는 사례가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현지 매체인 스트라테지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국방부가 AI 및 데이터 분야에 투입한 예산만 74억달러에 달한다. 세계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도 지난해 8월 국방부와 공동으로 이미지 인식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같은 해 10월 마이크로소프트도 자사 클라우드기술을 통해 기밀 정보를 처리하는 계약을 따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구글과 국방부의 관계는 메이븐 프로젝트 이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해 8월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의 구글 본사를 방문해 국방부를 위해 AI, 클라우드 컴퓨팅, 사이버보안을 가장 잘 이용할 방안을 구글 경영진과 논의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미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전 회장인 에릭 슈미트와 구글 현 부사장인 밀로 메딘은 국방혁신위원회 회원으로 국방부에 클라우드 및 데이터시스템에 대해 조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 미국 안보센터의 선임연구원 폴 샤이르는 “기술분야에서는 강한 자유주의 정신이 있으며 정부의 기술 사용에 대한 경각심이 있다”며 “이번 사태는 AI가 연구실에서 실제 생활로 급속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