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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승 2홈런…만화 찢고 나온 오타니, 이거 실화다

사이영상 투수 클루버 상대 투런

선발승 거둔 후 2경기 연속 '쾅'

전설 루스 13승-11홈런 정조준

USA투데이는 “오타니 쇼헤이가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가성비’ 좋은 히트상품이 될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만 25세 미만 해외 선수의 연봉제한 협약에 따라 올 시즌 오타니의 연봉은 메이저리그 최저 수준인 54만5,000달러다. /USA투데이연합뉴스USA투데이는 “오타니 쇼헤이가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가성비’ 좋은 히트상품이 될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만 25세 미만 해외 선수의 연봉제한 협약에 따라 올 시즌 오타니의 연봉은 메이저리그 최저 수준인 54만5,000달러다. /USA투데이연합뉴스



우투좌타 오타니 쇼헤이(24·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는 시범경기 초반 타석에서 레그킥 자세를 취했다. 오른쪽 다리를 들어 올렸다가 스윙하는 동작. 그러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변화무쌍한 공을 공략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발을 거의 들지 않을 정도로 레그킥을 크게 줄였다. 생소한 투수들을 상대로 ‘일단 맞히기라도 해보자’는 전략인 것처럼 보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장타는 사실상 포기하고 콘택트 위주로 새 무대에 조금씩 적응해나가겠다는 자세로 읽힌다”고 했다.

오타니는 그러나 지난 4일(이하 한국시간) 떨어지는 커브를 걷어 올려 우중간으로 메이저리그 데뷔 첫 홈런을 쏴 올렸다. 6타석 만이었다. 5일 에인절스타디움에서 계속된 클리블랜드전(3대2 에인절스 승)에 8번 지명타자로 나선 오타니는 이날 두 번째 타석인 5회 2사 2루에서 또 담장을 넘겼다. 동점 투런포. 투수 선발승 이후 2경기 연속 홈런은 메이저리그 사상 최초 기록으로 알려졌다.

오타니는 첫 타석에서 시속 148㎞의 바깥쪽 속구에 서서 삼진을 당했으나 5회에 같은 스피드의 공이 바깥쪽에서 살짝 가운데로 들어오자 여지없었다. 하체가 다소 빠진 상태였는데도 타구는 122m를 날아가 가운데 펜스를 살짝 넘어갔다. 오타니는 간결한 타격 자세로도 정확한 타이밍으로 홈런을 펑펑 터뜨리는 괴력을 과시하고 있다. 시범경기 타율 0.125(32타수 4안타) 10삼진의 그 오타니가 맞나 싶다.


1921년 베이브 루스 이후 처음으로 투수 선발승 직후 타자로 홈런을 치는 기록을 4일에 쓴 오타니는 이제 루스가 가진 100년 묵은 대기록에 도전한다. 메이저리그 사상 투타 겸업 최고 성적인 13승-11홈런을 넘어서는 것이다. 전설의 선수 루스가 딱 100년 전인 1918년에 남긴 기록이다. 2일 6이닝 3실점의 선발승을 거둔 오타니는 투수로 1승, 타자로 2홈런을 올리고 있다. 루스의 기록과는 12승, 9홈런 차. 시속 160㎞의 광속구에 헛방망이를 유도하는 140㎞대의 고속 스플리터(포크볼), 에이스를 무력화시키는 가공할 한 방이라면 그리 어려운 목표가 아니라는 희망이 피어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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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타니가 두들긴 우완 선발 코리 클루버는 빅리그 8년 차로 아메리칸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18승을 올렸고 최근 4년간 최고 투수상인 사이영상을 두 차례나 수상했다. 오타니는 연장 10회에는 아메리칸리그 최고 마무리 중 한 명인 우완 코디 앨런을 상대로 151㎞ 속구를 중전안타로 연결했다. 5타수 2안타(1홈런) 2타점. 이틀간 5안타 5타점을 쓸어담은 오타니의 타율은 0.429(14타수 6안타)가 됐다. 마이크 소샤 에인절스 감독은 “투수 선발승 이후 타석에서도 편안해진 것 같다”고 했다.

오타니는 만화에나 나올 법한 ‘야구청년’이다. 193㎝의 큰 키에 잘생긴 얼굴의 그는 13세에 덩크슛을 했고 고교 시절에는 일찌감치 42세까지의 연령별 목표를 세웠다. 24세에 메이저리그에서 노히트 노런을 작성하고 26세에 월드시리즈 우승과 함께 결혼한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구속을 늘리기 위해 하루 6~7끼를 먹기도 했는데 고교 1학년 때 짠 훈련 스케줄에는 인간성을 키우고 인사를 잘한다는 다짐도 있다. 오타니는 이날 “클루버는 매우 높은 수준의 투수다. 실투를 놓치지 않은 것은 행운이었다”고 자세를 낮췄다.

한편 올 시즌 레그킥을 시작한 텍사스 추신수(36)는 오클랜드 원정(2대6 텍사스 패)에서 시즌 첫 홈런을 터뜨렸다. 1번 지명타자로 나선 그는 1대6이던 9회 솔로포를 날렸다. 3타수 1안타 1타점. 시즌 타율은 0.318(22타수 7안타)이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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