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28억을 28억株로...삼성證 112조 배당사고

우리사주 배당금 주당 1,000원

담당 직원 1,000주로 입력 실수

수백억대 주식 직원 계좌로 입고

20여명 전량 처분...주가 하락

사측 "잘못 지급 주식 모두 환수"

사태 일단락 됐지만 파장 클 듯

삼성증권 신뢰도 추락도 불가피




삼성증권(016360) 직원들 계좌에 112조원 규모의 주식이 입고되는 희대의 해프닝이 발생했다. 직원 한 명당 수백억원대의 주식이 계좌로 들어오자 일부 직원은 발 빠르게 팔아치웠고 삼성증권 주가는 급락했다. 우리사주 배당금을 1주당 1,000원씩 입금해야 하는데 1,000주(3,980만원)로 잘못 입력하며 벌어진 사고다.

6일 삼성증권은 “이날 오전 직원 보유 우리사주에 대해 배당금이 입금되는 과정에서 배당금 대신 주식이 입고되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원인은 담당 직원의 입력 실수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주당 1,000원의 현금배당이 주당 1,000주로 뒤바뀐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사주는 283만주로 지난 5일 종가로 112조원이 넘는 주식이 삼성증권 직원들 계좌로 잘못 들어갔다. 일반투자자에게는 배당 관련 전산 오류가 발생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직원은 이를 보고하거나 주식을 그대로 뒀지만 20여명으로 추정되는 직원들은 수백억원가량의 주식을 시장가에 전량 처분했다. 삼성증권 계좌에서 매도물량이 쏟아졌고 91만주의 거래가 한번에 체결된 오전9시56분께 주가는 11%까지 하락했다. 주가가 급락할 때 작동하는 변동성완화장치(VI)도 7차례나 발동했다.

대량매도 징후를 파악한 삼성증권은 10여분 만에 사내공지를 내고 잘못 지급된 주식 환수조치에 나섰다. 삼성증권이 파악한 매도수량은 잘못 입력된 주식의 0.18% 수준인 501만2,000주다. 이날 거래량은 증시가 활황이던 지난해 삼성증권의 하루 평균 거래량(31만주)을 크게 웃돈다. 지난해 연간 전체 거래량인 759만주와 비교해도 단 몇 분 만에 1년 거래량이 나온 것이다. 매도금액은 약 2,000억원으로 평가된다.


이날 실수로 입고된 주식을 판 직원들은 수익을 손에 넣기는커녕 자신 소유가 아닌 주식에 손을 대 형사상 점유이탈물횡령죄로 처벌받거나 사측으로부터 징계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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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직원은 자신이 팔았던 주식을 서둘러 ‘원상복구’ 했다. 주식을 매도할 당시보다 주가가 올라 추가 부담이 늘어나자 일부 직원은 적정 가격에 매수할 자신이 없다며 회사에 위임했다. 이날 오후 삼성증권은 “우리사주 계좌에 배당금 대신 입고된 주식 501만2,000주를 시장에서 매수하거나 일부 대차하는 방식으로 전량 확보했다”고 밝혔다.

해프닝은 일단락됐지만 파장은 작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삼성증권 주가 급락에 따라 동반매도에 나섰다가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주주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주가를 급락하게 한 직원 개인에게 소송이 제기될 수 있고 삼성증권의 경우 과실이 확인되거나 체결계약을 이행하지 못하면 제재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자산관리’를 강조해온 삼성증권의 이미지가 크게 추락할 수 있다. 직원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회사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금융당국도 사태를 집중 모니터링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측은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삼성증권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소송 등 불필요한 과정 없이 피해보상이 신속히 이뤄지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또 “삼성증권의 원인파악, 사후수습, 직원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대응, 관련자 문책 등 처리과정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며 “향후 삼성증권의 사고처리 과정을 보고받아 투자자피해 구제계획의 적정성 여부를 면밀히 살펴본 후 검사 실시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감리부는 “이상 징후가 있으면 규정에 따라 징계를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삼성증권은 전일 대비 3.64% 하락한 3만8,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각각 2,069만주, 7,709억원으로 상장 이후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박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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