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착오에 따른 유령주식이 실제 거래까지 이뤄진 삼성증권(016360) 사태를 두고 업계는 “충격적이다. 후폭풍을 가늠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증권사의 단순 실수를 넘어 증권 시스템은 물론 금융감독당국 불신으로까지 이어져 주식시장 전반의 대수술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감독당국이 “모든 증권사의 계좌관리 시스템을 점검하겠다”고 밝혔지만 투자자들의 성난 목소리는 주말에도 가라앉지 않았다.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기관투자가들의 놀이터가 된’ 공매도 폐지 청원 숫자가 이틀 새 14만명을 넘었다. ★관련기사 3면
지난 6일 발생한 삼성증권의 배당사고는 무방비와 도덕적 해이가 빚은 금융 참극이었다. 발행가능 주식(8,930만주)의 31.7배에 달하는 28억3,000만주의 가공주식이 배당됐는데도 삼성증권은 물론 증권 유관기관, 금융당국 등 어디도 감지하지 못했다. 이른바 ‘팻핑거(fat finger·주문실수)’로 인해 시장에는 112조원어치의 주식이 풀렸고 이 중 501만2,000주가 매물로 나오면서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더욱이 증권사가 없는 주식을 마음대로 찍어서 거래한 ‘무차입공매도(naked short selling)’와 같은 상황도 나타났다. 무차입공매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지된 것으로 시스템 허점을 둘러싼 논란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제 시스템 혹은 제도의 허점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도덕적 해이는 더 가관이다. 주식을 배당받은 직원 중 16명이 501만2,000주를 급하게 매도했고 이 가운데 100만주가량 처분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가 하락을 예상한 선물 거래가 평소보다 35배나 많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증권 시스템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면서 국민청원 운동을 벌이고 있고 감독당국은 시스템 전반의 점검에 나섰지만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까지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삼성증권은 사과문 등을 내놓았지만 피해자 보상, 소송 등의 후폭풍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였으면 증권사 한 곳이 사라질 수도 있을 만큼 큰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무차입공매도란? 가상의 주식이나 채권을 팔아 결제일에 주식이나 채권을 구해 반환하면서 시세차익을 얻는 투자 방식. 주가 하락시 차익을 거둘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손해가 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