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사태로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삼성증권 전에도 유가증권시장으로 올해 이전한 셀트리온 주주들을 중심으로 공매도 반대 주장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해외에서는 시장 조성 차원에서 무차입공매도까지 허용되는 등 국내 증시의 관련 규제가 이미 강한 상황에서 추가 제재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공매도 잔액 수량이 가장 많은 종목은 삼성중공업(2,181만589주)으로 나타났다. 잔액 수량 2위 종목은 팬오션(1,928만5,367주)이었고 LG디스플레이(1,452만1,536주), 현대상선(1,184만2,094주), 셀트리온(1,115만8,623주)이 그 뒤를 이었다. 코스닥에서는 이화전기(1,046만5,858주)의 공매도 잔액 수량이 가장 많았고 KD건설(922만3,231주), 셀트리온헬스케어(673만8,874주), 파라다이스(534만4,845주), 크루셜텍(494만9,364주) 순으로 나타났다.
공매도 잔액이 많다는 것은 단기적으로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보는 투자자가 많다는 의미로 주가에 악재가 된다. 삼성증권 전에도 공매도와 관련해서는 셀트리온 주주들의 반대 목소리가 가장 컸는데 실제로 이와 관련해 주가 하락의 피해를 가장 많이 봤기 때문이다. 실제 공매도 잔액 수량이 아니라 금액을 기준으로 할 경우 셀트리온에 대한 공매도 비중이 가장 크다. 거래소에 따르면 4일 기준 셀트리온의 공매도 잔액 금액은 3조2,806억원으로 전체 시가총액의 약 10%에 달한다. 이는 공매도 잔액 금액이 두 번째로 많은 넷마블게임즈(4,881억원)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으로의 이전을 위한 임시주주총회에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공매도와의 전쟁을 끝내겠다”고 밝혔지만 전혀 나아지지 않은 셈이다. 코스닥 시장에서 잔액 금액 기준으로 셀트리온헬스케어가 6,806억원으로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셀트리온그룹은 공매도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 공매도가 줄어들지 않자 셀트리온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이제는 공매도 폐지 여론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거래 활성화 등 공매도가 갖고 있는 순기능도 무시하기 힘든 상황이다. 공매도가 이번 삼성증권의 경우처럼 ‘무차입 거래’가 아니라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면 버블 해소와 시장 효율성 증진 등 긍정적 기능이 많다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매도는 악재성 정보를 주가에 신속히 반영하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시장 유동성 측면에서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공매도에 제약이 있을 경우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비해 주가가 계속 올라 곧 시장충격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금융당국도 이러한 공매도의 긍정적 기능을 고려해 공매도가 갑자기 늘어난 종목을 지정해 단기간 공매도 거래를 제한하는 ‘과열종목지정제’를 도입하는 등 간접적으로 규제를 해왔다. 또한 최근에는 국민연금이 공매도 과열 종목에 지정된 종목에 대해 신규 주식대여를 중단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실제 해외에서는 이번 삼성증권 사태 당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 무차입 거래를 허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시적으로 특정 종목에 대한 무차입공매도를 금지했지만 현재는 허용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미국 증시에서 전체 거래 중 공매도 비중이 많을 경우 40% 정도로 국내 유가증권시장(4~5%)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무차입공매도가 허용되는 호주와 일본도 10%를 넘어서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