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잇단 규제 강화에도 올 들어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분양된 아파트가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청약 시장의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1월 31일부터 대출자의 기존 주택담보대출 원금,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의 이자상환액까지 대출 한도에 반영하는 새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적용됐고 지난달 26일부터는 마이너스 통장이나 자동차 할부금도 대출 한도에 반영하는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이 은행권에서 시범 운영되는 등 대출 문턱이 높아졌다. 그럼에도 올해 1·4분기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은 지난해 4·4분기 수준을 넘어서며 뜨거운 청약 열기를 드러냈다.
8일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1·4분기에는 전국에서 아파트 2만 7,959가구가 분양돼 31만 5,313명이 청약을 접수했다. 평균 청약 경쟁률은 11.2대 1로 총 5만 8,792가구 분양에 59만 4,457명이 청약을 접수해 평균 10.1대 경쟁률을 기록한 지난해 4·4분기를 넘어섰다. 분양 규모는 줄었지만 서울 강남 등 주요 입지에서 분양된 아파트 단지들에 높은 청약 경쟁률이 나타난 결과로 분석된다.
‘강남 로또’ 아파트로 주목받은 디에이치자이 개포는 지난달 21일 실시한 1순위 청약 접수 결과 1,246가구 모집에 3만 1,423명이 몰려 평균 25.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는 최저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대출 보증은 물론 시공사의 대출 보증도 무산돼 청약자가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했다. 이 같은 조건에 더해 정부 규제로 대출 한도가 줄어든데다 정부가 청약 당첨자에 대한 위장 전입 여부 및 세무조사를 실시하기로 했지만 이례적으로 많은 청약 신청자가 몰려 높은 경쟁률로 이어졌다.
디에이치자이 개포에 이어 ‘준강남’으로 평가 받은 경기도 과천시에서 분양된 과천 위버필드도 지난달 23일 1순위 청약 접수 결과 391가구 모집에 6,698명이 신청해 평균 17대 1의 경쟁률이 나왔다. 이런 청약 열기는 강북 지역으로 확산돼 그 다음 청약이 진행된 당산 센트럴 아이파크(1순위 평균 경쟁률 79.9대 1), 마포 프레스티지 자이(1순위 평균 경쟁률 49.9 대 1)의 높은 청약 경쟁률로 이어졌다.
지방에서도 강원도 춘천, 대구 등에서 분양된 아파트 단지들도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달 22일 1순위 청약 접수를 진행한 춘천 센트럴타워 푸르지오는 870가구 모집에 2만3,517명이 신청해 평균 2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구 복현 자이는 지난 4일 1순위 청약 접수에서 251가구 모집에 디에이치자이 개포 청약자 수보다 많은 4만 3,025명이 몰려 평균 171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고 경쟁률은 전용면적 84㎡A 타입에서 나왔다. 908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청약 열기의 원인으로 HUG의 분양가 규제에 따른 주변 아파트 단지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 책정, 새 아파트에 대한 선호 현상 등이 꼽힌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 강남, 마포, 과천 등 주요 입지에서 분양된 아파트 단지들에 대해서는 일단 당첨이 되면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안전 자산 구매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분양가 상한제 기능을 하고 있는 HUG의 분양가 규제가 유지되는 가운데 아파트 매매 시세가 뒷받침된다면 ‘로또 청약’에 대한 기대감에 따른 청약 열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