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전자발찌 차고...공항검색대 거쳐 출국한 강간범

"보호관찰소 허가받았다" 직원 속여

경찰, 베트남 경찰과 공조해 체포

“저 출국금지 대상자 아니거든요. 보호관찰소 허가도 받았으니까 보내줘요.”

지난 4일 오후7시58분께 인천국제공항의 한 출국검색대 앞. 발에 전자발찌를 찬 신모(38)씨가 검색대 옆에서 공항경찰대 소속 용역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현행법상 보호관찰 대상자가 출국하려면 보호관찰관이 동행해야 한다. 하지만 공항경찰대는 “출국금지 대상자가 아니면 출국할 수 있다”는 신씨의 거짓말에 속아 그를 보내줬다. 강간 누범에 전자발찌 훼손 혐의로 두 차례나 실형을 받았던 강간 피의자가 베트남으로 출국한 순간이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보호관찰소 허가 없이 해외로 도주한 혐의(보호관찰법 위반)로 강간 피의자 신씨를 베트남 현지 경찰과 공조해 긴급체포했다고 9일 밝혔다. 성폭력 피의자가 전자발찌를 부착한 채 해외로 도주한 최초의 사례다. 신씨는 지난달 20대 여성에게 마약류 성분의 약물을 먹여 강간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혀 수사를 받던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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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관찰 대상자는 관할 보호관찰소의 사전 출국허가를 받은 뒤 담당 보호관찰관이 직접 전자발찌를 탈착해준 상태에서 출국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하지만 신씨는 사전 허가를 받지 않고도 몇 가지 거짓말만으로 공항검색대를 통과한 것이다. 담당 보호관에게는 ‘인천공항 내 물류센터에 택배 하역일을 하러 왔다’고 허위문자를 보내 안심시켰다.

노원경찰서와 청주보호관찰소 등은 이날 신씨의 위치정보가 인천공항 부근에서 실종되자 급히 베트남 경찰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해 신씨의 출국 사실을 확인했다. 현지 경찰영사관과 베트남 공안은 5일 0시55분께(현지시각) 베트남 호찌민공항에서 입국심사를 받던 신씨를 발견해 국내로 송환 조치했고 공항에서 대기 중이던 경찰관들이 귀국한 신씨를 같은 날 오전7시께 현장에서 긴급체포했다.

경찰 조사 결과 신씨는 수사 당시에도 이미 강간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한 전과가 있었으며 두 차례나 전자발찌를 훼손해 실형을 산 전력도 있었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달 “전자장치로 위치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도주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경찰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은 이르면 오는 13일께 신씨를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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