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주목! 이 판결] 납품업체에 경영정보 요구했다고 매입액 기준으로 과징금 부과 안돼

<1>재량권 벗어난 과징금 산정

치열한 법적 공방 끝에 내려지는 민·형사상 재판의 판결은 항상 희비가 엇갈린다. 특정 사안에 대한 첫 판결일 경우 앞으로 유사 사건 재판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서울경제신문은 사회적 영향은 물론 비슷한 사건 재판에서 ‘기준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주요 판결을 차례로 짚어본다.

대법, 공정위 롯데쇼핑 제재 파기환송

위법 수위 차이 고려해 과징금 재산정




롯데쇼핑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소송’의 최종 선고가 내려진 지난해 12월22일. 대법원2부(조재연 대법관)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고 판결하자 롯데쇼핑 측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들의 얼굴에 만감이 교차했다. 해당 소송은 지난 2012년 1월1일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처음 시행된 후 ‘경영정보 제공 요구 금지’ 규정 위반 여부를 두고 최초로 이뤄진 법적 분쟁이었다. 판결까지는 3년 6개월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당시 대법원은 롯데쇼핑의 대규모 유통업법 위반을 인정했지만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은 재량권을 벗어난 위법행위라고 판단했다. 결국 공정위는 최근 롯데쇼핑에 부과한 수십억원대 과징금을 취소하고 5억원대 이하로 재산정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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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의 공방은 공정위가 2014년 3월 롯데쇼핑에 시정명령과 함께 45억7,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며 시작됐다. 당시 공정위는 롯데쇼핑이 2012년 1월부터 그 해 5월까지 납품업체로부터 경쟁 백화점의 매출 자료 등을 구두·이메일로 제공받는 등 대규모 유통업법 14조 1항(경영정보 제공 요구 금지)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롯데쇼핑은 다음달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모두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서울고등법원은 공정위 결정에 문제가 없다며 기각했다. 공정위 제재 관련 소송은 다른 소송과 달리 2심제라 대법원이 원심을 인정하면 패소가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이에 율촌 변호사들은 정보를 제공받는 행위 자체가 위법한 것은 아니고 과징금 산정 기준이 자위적이라는 쪽으로 전략을 짰다. 대기업이라 납품업체가 정보를 주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등의 추정만으로 해당 행위를 위법으로 판단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논리였다. 아울러 율촌 측은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가 재량권을 벗어났다고 주장했다. 공정위가 상품 매입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했는데 이는 위법성이 크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단순히 정보를 제공받은 이번 사례에 적용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논리다. 공정위가 위법 수위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었다. 특히 상고이유서와 더불어 3차례에 걸친 상고이유보충서를 통해 ‘공정위 처분이 위법하다’는 법리적 주장을 펼쳐 끝내 대법원의 파기 환송을 이끌어냈다.

안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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