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투자증권은 오는 25일 창사 이래 첫 번째 배당을 앞두고 전산을 포함한 업무 프로세스 점검에 들어갔다. 9일 열린 주간회의에서 경영인프라본부 본부장은 “우리사주조합 등 현금배당에서 실수가 없도록 업무 처리를 철저히 할 것”을 지시했다.
삼성증권의 배당 금융참사 이후 배당 시즌을 앞둔 국내 주요 증권사에 비상이 걸렸다. 이날 금융투자 업계(IB)에 따르면 삼성증권 직원이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을 넘어서는 규모를 실수로 배당하고 실제로 해당 주식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각 사가 대대적인 전산시스템 점검에 나섰다.
이날 IBK투자증권뿐 아니라 NH투자증권 역시 12일 배당을 앞두고 전산시스템 점검에 나섰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자사의 경우 배당금과 배당주 전산처리화면 및 시스템은 분리돼 있다”면서도 “차후 발행주식 수 초과물량 이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존 전산시스템 보완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신영증권 역시 이날 출근과 동시에 전산시스템 점검부터 시작했다.
상당수 증권사는 이번 삼성증권 사태와 관련해 “배당 과정에서 실수로 주식과 현금을 잘못 입력하는 게 전산시스템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한 대형 증권사 전산 업무 담당자는 “증권금융에 마련된 우리사주 계좌에 배당주가 입고되지 않았는데 개인 명의 계좌로 입고될 수는 없다”며 “삼성증권의 시스템을 이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증권사 업무 담당자들은 삼성증권 직원이 우리사주를 배당할 때 현금과 주식 중 주식을 입력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직원이 현금배당을 위해 눌러야 하는 메뉴 대신 우리사주 메뉴를 선택하면서 주식배당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증권사는 “이 같은 실수가 벌어질 수 없거나 착오가 있어도 오류 경고가 떠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자사주 한도를 벗어나는 100조원 규모의 주식을 배당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당연히 시스템 내에서 경고를 보내야 한다”며 “이런 절차가 전산에 갖춰져 있지 않다는 사실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우리사주 배당은 대체로 증권금융계좌로 배당주가 입고되면 각 증권사 우리사주 담당자가 증권금융에 인출을 요청할 경우 우리사주조합장(노조위원장) 계좌로 입고되는 과정을 거친다. 우리사주조합장 계좌로 입고된 주식이 개인 명의 계좌로 입금된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현금배당과 주식배당은 시스템 화면이 다르고 입력 코드가 다르다”며 “주식을 배당하더라도 배정받은 한도 내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실수가 발생하더라도 한도 이상으로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배당금이 현금입금만 가능한 CMA로 들어가기 때문에 주식 입고가 불가능하다”며 “주말 동안 관련 점검을 했으나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이날 브리핑을 통해 삼성증권과 유사한 시스템을 가진 증권사는 현재까지 4곳이 더 있다고 밝히면서 이미 배당을 완료한 증권사와 관련 업계는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감원은 “발행회사가 해야 할 배당 업무와 투자중개업자가 해야 할 배당 업무가 동일한 시스템에서 이뤄지면서 오류가 발생했다”며 “배당을 앞둔 증권사가 사고 예방에 각별히 유의할 것을 촉구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