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글로벌 뉴스메이커]헝가리도 '스트롱맨'...反난민·反EU 불타오르나

■헝가리 4선 총리 오른 오르반

총선서 여당 48.5% 득표율로 압승

1998년 첫 총리 수행 이후 4번째

독일 메르켈과 장수 총리 반열에

2002년 총선 참패후 우파로 갈아타

경제성장 전면 내세우며 권위주의 과시

폴란드·체코와 반EU전선 가속화 예고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8일(현지시간)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총선 승리 축하 기념식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 오르반 총리는 이번 총선에서 강경한 반난민노선으로 개헌의석을 확보한 4선 총리로 등극해 EU에 큰 부담을 안기게 됐다.  /부다페스트=로이터연합뉴스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8일(현지시간)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총선 승리 축하 기념식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 오르반 총리는 이번 총선에서 강경한 반난민노선으로 개헌의석을 확보한 4선 총리로 등극해 EU에 큰 부담을 안기게 됐다. /부다페스트=로이터연합뉴스



‘유럽연합(EU)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이자 ‘동유럽의 도널드 트럼프’로 불리는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8일(현지시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네 번째 총리직을 수행하게 됐다. 강력한 민족주의를 주창하는 오르반 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장기집권의 길을 열면서 헝가리의 반난민정책 강화는 물론 EU의 분열 가속화가 우려된다.

헝가리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치러진 헝가리 총선 투표에서 여당인 피데스와 기독민주국민당(KDNP) 연합이 48.5%의 득표율로 전체 의석 199석 중 133석을 차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요빅(더 나은 헝가리를 위한 운동) 26석, 사회민주당(MSJP) 20석, 민주연합(DK)이 9석으로 뒤를 이었다. 유권자들의 참여 열기 속에 이날 투표율은 69.3%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피데스와 KDNP 연합의 압승으로 오르반 총리는 3연임 총리로 오는 2022년까지 헝가리를 이끌게 됐다. 오르반 총리는 선거 후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인근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헝가리는 오늘 위대한 승리를 이뤘다”며 “우리는 뒤에 남아 있는 큰 전투에서 우리 자신은 물론 헝가리를 방어할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1015A10 헝가리 총선


1015A10 빅토르 오르반


‘빅테이터(빅토르와 독재자를 뜻하는 딕테이터의 합성어)’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스트롱맨’ 성향의 대표적 인물로 부각된 오르반 총리는 당초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자유주의 성향의 ‘청년민주동맹(피데스)’ 창립 멤버로 자유민주주의를 꿈꾸는 청년이었다.


지난 1998년 35세에 최연소 총리로 권력의 중심에 서게 된 그가 대중영합적인 민족주의 우파노선으로 완전히 돌아선 것은 2002년 총선에서 사회당에 참패를 겪으면서다. 피데스 역시 자유주의보다 민족보수 정당으로 재편됐다. 이후 ‘경제성장’을 내세우며 2010년 총선에서 압승한 오르반 총리는 본격적으로 권위주의 지도자로서의 행보에 나서기 시작했다. 2014년부터는 ‘반자유주의’ 노선을 천명하며 국가중심적인 러시아와 터키를 롤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2015년에는 EU의 난민 분산수용 정책을 비판하며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에 레이저 철조망까지 설치하는 등 민족주의적 성향을 더욱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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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에서 그의 승리를 이끈 것은 역시 난민 이슈였다. 선거 기간 사위가 연루된 부패 스캔들과 측근들의 언론 장악, 시민단체 탄압 등 끊임없이 터져 나온 악재들은 난민을 ‘독’으로 일컬은 그의 강력한 반난민 이슈에 줄줄이 묻혔다. 실제 오르반 총리가 EU의 난민강제할당제에 강경하게 반기를 들면서 헝가리는 난민을 대거 수용한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달리 2015년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명의 난민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헝가리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세를 보이는 점도 헝가리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헝가리 경제성장률이 3.7%로 예상되는 등 오르반 총리 집권 이후 경제성장률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왔다.

이번 총선 승리로 오르반 총리는 네 번째 총리직을 수행하게 되면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같은 장수 총리 반열에 올라서게 됐다. EU와 엇갈린 행보를 보이는 그에 대해 EU를 중심으로 한 서방국가들에서는 ‘독재자’라는 비판이 쏟아지지만 국내에서는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등 평가 역시 엇갈리고 있다.

오르반 총리는 총선 승리로 마련된 정치적 입지를 바탕으로 EU의 난민정책에 같은 입장을 보이는 폴란드와 체코·슬로바키아 등과 함께 EU 내 반난민전선을 구축하는 등 EU 분열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오르반이 이끄는 헝가리가 EU의 자유주의 가치와 규칙에 맞서는 동유럽 반란의 ‘그라운드 제로(폭발지점)’가 되고 있다며 이것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보다 EU에 더 큰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노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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