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적자 규모가 오는 2020년 연간 1조달러(약 1,070조원)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와 경기부양 정책에 따른 미 정부의 재정악화가 국채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됐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의회예산국(CBO)은 오는 9월30일 마무리되는 회계연도의 재정적자 규모가 8,040억달러(약 860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전년의 6,650억달러보다 21%나 증가한 액수로 지난해 여름 예상치보다 43% 늘어난 것이다.
CBO는 이런 속도로 적자가 늘어나면 미 재정적자가 1조달러를 넘어서는 시점이 지난해 6월 전망 당시 제시한 것보다 2년 앞당겨진 2020년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재정적자 증가로 2028년 말 미국의 전체 공공부채는 28조7,000억달러까지 급증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이 96.2%까지 뛸 것이라는 경고도 이어졌다. 현재 미국의 GDP 대비 적자 비중은 77% 수준이다.
CBO는 이처럼 재정적자가 급증하는 원인으로 공화당이 지난해 말 통과시킨 감세안을 문제 삼았다. 공화당은 지난해 12월 향후 10년간 1조5,000억달러 규모의 세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키스 홀 CBO 국장은 “빠르게 늘어나는 부채는 예산과 국가 경제에 심각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야기할 수 있다”며 “미국의 재정위기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늘어나는 부채를 경제성장으로 상쇄할 수 없다는 점이다. CBO는 감세와 경기부양 정책이 단기적으로 올해 경제성장률을 3.3%까지 끌어올리겠지만 내년과 2020년에는 성장률이 각각 2.4%, 1.8%로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감세가 ‘반짝’ 성장 효과를 내는 데 그친 뒤 재정만 악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불어나는 부채 때문에 향후 정책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세수 감소와 재정적자 증가는 결국 미국 사회보장과 의료보험 축소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로이터통신도 적자 부담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사회간접자본(SOC), 멕시코와 접한 국경 일대의 장벽 설치 등에서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정부 재정이 취약해지면 미 국채의 투자 리스크가 커지면서 국채금리가 오르고 이로 인해 대출금리가 상승하면 경제활동이 둔화해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