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정인교칼럼] 신통상전략의 핵심, CPTPP 가입

美中통상마찰·보호무역 확산에

다자FTA통한 시장개척 과제로

CPTPP는 대형무역블록 촉진제

상반기내 가입결정 소식 전하길

인하대 대외부총장·국제통상학 전공

정인교 인하대 교수.정인교 인하대 교수.



지난주 통상교섭본부가 ‘신통상전략’을 발표했다. 오는 2022년 수출목표 7,900억달러를 달성해 중국·미국·독일에 이어 세계 4대 수출 국가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신남방정책과 신북방정책을 추진하며 내년 발효될 것으로 예상되는 ‘포괄적이며 점진적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참여 의지도 밝혔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해나갈 ‘디지털 통상’ 전략으로 국경 간 전자상거래, 데이터 주도 사업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CPTPP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시절 미국이 일본·호주·캐나다 등 12개 국가를 회원국으로 체결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후속 명칭이다. 대선 당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의 차별화를 위해 TPP 폐기를 공약으로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은 취임 첫주에 보란 듯이 TPP를 폐기했다. TPP를 CPTPP로 살려낸 것은 일본 아베 신조 정부였다.

일본은 미국과의 FTA를 염두에 두고 TPP에 참여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탈퇴로 다급해진 일본 아베 정부는 11개 회원국들 간 TPP 체제라도 유지해야 했다. 미국이 주장해 협정에 포함됐던 22가지 민감한 조항을 유보함으로써 CPTPP 협상을 타결하고 올 3월에 서명할 수 있었다. 가급적 TPP 원형을 유지함으로써 미국이 입장을 바꿔 TPP에 복귀할 수 있도록 했다. 올 초 트럼프 대통령이 일정 조건하에 TPP 복귀를 시사함에 따라 일본은 상당 부분 고무돼 있다.


이번 신통상전략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CPTPP 참여 여부를 올 상반기에 결정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지난 2013년 TPP 협정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국내에서도 TPP 가입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당시 여건에서 우리 정부는 ‘관심 표명’ 정도의 입장만을 밝힐 수밖에 없었다. 통상교섭본부의 해체로 통상정책 역량이 약화돼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버거운 상황이었고, TPP 협정에 포함된 민감한 조항을 우리나라가 수용하기도 어려웠다. 또한 일본과의 FTA 논의가 10년째 중단된 상태에서 TPP에서 일본을 상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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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TPP 가입 애로 요인은 그대로지만 TPP 가입 필요성이 과거보다 커졌기에 신통상전략에서 TPP 가입에 전향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첫째,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미중 간 통상마찰 격화로 양자 및 다자(메가) FTA를 추진해 해외수출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상황이다. 둘째, CPTPP 신규 회원국 가입 절차가 간소해졌다. 셋째, 지재권·투자자정부제소권(ISDS) 등에서 우리나라에 민감한 조항의 적용이 일부 유예됐다. 넷째, 미국이 탈퇴한 상황이므로 미국과 협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

미국의 탈퇴로 경제적 위상이 TPP 절반 이하로 낮아진 상황을 개선해야 하고 미국의 관심(복귀)을 유도하기 위해 CPTPP의 몸집을 불려야 하므로 CPTPP는 신규 회원국 영입이 필요하다. CPTPP를 주도해온 일본은 신규 회원국 확대에 주력할 수밖에 없고 일본은 우리나라의 CPTPP 가입에 우호적일 수 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3월 미국 통상당국자와 CPTPP 가입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고 한미 동시 가입을 협의했다고 한다. CPTPP 독자 가입과 한미 동시 가입 ‘투트랙’을 언급한 것으로 봐서 우리나라의 CPTPP 가입 추진은 사실상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내년 CPTPP 발효는 대형 무역블록의 출현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협상이 부진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 타결을 앞당길 수 있고, 상하이협정·일대일로 등으로 지역경제 통합을 모색 중인 중국이 새로운 형태의 무역블록 형성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CPTPP에는 민감한 조항이 더러 있어 국내 반발이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의 급변하는 통상환경에 적응하고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가입이 불가피하다. 올 상반기에 CPTPP 가입 결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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