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근로단축, 휴식시간 줄이고 강제 재택근무...삶의 질 위협"

벌써 부작용 속출하는 IT업계

선제적 탄력근로제 시행사

출근만 3~4시간 빨라지고

잠깐 쉬러 나가는 것도 눈치

정보기술(IT) 업계가 오는 7월 근로시간 단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잇따라 개정안에 맞춘 대안을 내놓고 있지만 벌써부터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삶의 질을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시행된 근로시간 단축이지만 실제로는 휴식시간 감소와 강제 재택근무로 이어져 오히려 삶의 질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IT업체 A사는 7월부터 시행되는 근로시간 단축에 앞서 최근 선제적으로 탄력근무제를 실시했다. 탄력근무제 시행에 맞춰 야근과 휴일 근무도 없앴다. 제도 시행을 발표할 때만 해도 직원들은 저녁 있는 삶이 실현됐다며 좋아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눈치 보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게 됐지만 대부분의 직원들은 자신의 업무를 다 처리하기 위해 정해진 출근시간보다 3~4시간 일찍 출근하고 있다. 오전3시에 출근하는 직원도 생겼다. A업체 관계자는 “업무량은 그대로인데 근무시간만 조정되면 무슨 소용이냐”며 “일찍 출근하는 것도 못하게 되는 7월이 되면 집에서 컴퓨터를 붙잡고 있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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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본격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면 이 같은 부작용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업무시간 기준이 엄격해지는 것이다. 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업무시간에 담배를 피우거나 차 마시는 직원들에 대해 관대하지만 근무시간 단축이 시작되면 눈치가 보여 잠깐 쉬러 나가는 것도 어려워질 것”이라며 “북유럽 국가들처럼 마우스 커서가 움직이는 시간만 근무시간으로 인정하겠다는 업체도 있다”고 말했다.

IT 업계에서는 업계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근로시간 단축이 산업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근로시간 의무 단축은 자유롭게 근무하고 자신의 성과에 책임을 지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선진 IT 기업의 근무환경과는 정반대 방향”이라며 “업계에서는 산업의 발전을 지원하기보다는 저해하는 규제라고 생각해 불만이 많다”고 지적했다.

양사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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