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가속화에 따라 앞으로는 인공지능(AI)에 일자리를 빼앗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반복되는 육체노동을 로봇이 차지하는 세상이 10~20년 뒤면 가시화할 수 있다. AI가 기반인 로봇·드론·자율주행차 등의 부상은 산업과 생활·교육·문화를 크게 바꿔놓을 것이다. 경제·사회적으로도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세상이 급변할 때는 리스크(위험)가 있지만 그만큼 기회도 있는 법이다. 인문학과 과학기술·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융합해 창의력을 키울 때는 새로운 문이 열린다. 과학기술·ICT 현장은 물론 경제·금융, 산업, 교통, 환경, 에너지, 안전, 문화·스포츠, 사회복지, 농업, 국방 등 어떤 분야로 진출하려고 해도 마찬가지다. 이순석 전자통신연구원(ETRI) 커뮤니케이션전략부장은 “인류는 그동안 끊임없이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왔다”며 “새를 보며 양력의 원리를 발견하고 그것보다 훨씬 강력한 능력을 가진 비행기를 만들었고 이제는 달 탐사와 화성 정착촌 건설을 위해 우주기술을 발전시키는 게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우선 수학 등 이공계에 소질이 있다면 AI 개발자가 되는 것이 유망하다. 산업·생활·안전·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AI가 인프라처럼 쓰이는 세상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우대받는 소프트웨어(SW) 개발자도 각광 받게 되고 시스템반도체공학자의 인기 또한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과 생활에서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게임체인저 격인 로봇·드론·자율주행차의 엔지니어나 프로그래머도 좋다. 자율주행차만 해도 AI·카메라·센서·위치정보시스템(GPS)·정보통신·콘텐츠 등이 결합된 종합예술이다. 자연스레 해킹에 대비한 보안전문가의 영역도 넓어지게 된다.
산업·의료·공공정책 등 각 분야에서 중요한 빅데이터 플랫폼을 설계하거나 분석하는 전문가 영역도 확대된다. 초연결 시대를 맞아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간 연결고리인 사물인터넷(IoT) 시장의 확대도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 스마트홈·스마트시티·스마트팜 등의 시장 또한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도시화에 맞춰 스마트시티로 바뀔 수밖에 없고 지구온난화 확산으로 농업에서도 정보기술(IT)과 과학기술이 접목된 스마트팜 등의 시장이 확대되는 것이다. 에너지와 교통·환경 분야에서도 IT·과학기술과 접목된 새로운 시장이 커지고 있다.
AI가 더해진 가상현실(VR) 등에서도 기회가 많다. VR 게임이나 디지털콘텐츠 시장이 열리고 있고 고령화 사회를 맞아 유망한 바이오생명과학 분야에서도 AI와 VR를 활용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치매노인을 비롯한 노약자에게 실버케어 로봇이 붙어 건강관리를 해주고 병원 치료도 연결해주는 세상도 언젠가는 열릴 것이다. 환자 세포를 활용해 3D프린터(한 층씩 재료를 쌓아 3차원 입체형상을 만듦)로 인공 눈 등 장기를 만들어 부작용 없이 대체하는 시대 또한 열릴 것이다. 집이나 옷·음식을 만드는 3D프린터와 제작 방식은 같지만 스트레스·온도·습도·전자기장 등 외부자극에 따라 형상이나 성질이 바뀌는 4D프린팅 시장 역시 커질 것이다. 연기흡착 소재를 공 모양으로 만들어 천장에 부착해놓으면 화재로 단전되더라도 에어백처럼 펴지며 그 안의 팬이 작동해 연기를 빨아들이는 식이다.
컴퓨터를 입고 다니는 웨어러블 기기 시장이 커지게 돼 웨어러블공학자의 전망도 좋다. 하드웨어 외에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개발자에 대한 수요도 늘게 된다. 패션디자이너도 스마트의류디자이너로 새 역할을 모색할 날이 오게 된다. 임수종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원은 “기계하고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걱정될 수 있지만 창의력을 갖추고 생각의 힘을 기른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