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한반도경제포럼]"김정은, 訪中 때 핵포기 의사...중국도 북핵 타협하지 않을 것"

■추궈훙 주한中대사 한반도경제포럼 기조강연

언 땅 하루 아침에 녹지않아...실행 가능한 것부터 해결

남북·북미회담서 상대방이 수용 힘든 조건 제시 말아야

9·19공동성명 '말對말·행동對행동' 현실적 지침 될 것

추궈훙(가운데) 주한 중국대사가 11일 서울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반도경제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추 대사는 이날 “북한의 핵 폐기가 진전을 이루고 평화체제가 구축되는 과정에서 중국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은석기자추궈훙(가운데) 주한 중국대사가 11일 서울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반도경제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추 대사는 이날 “북한의 핵 폐기가 진전을 이루고 평화체제가 구축되는 과정에서 중국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은석기자



미국과 북한이 최근 잇따라 북미 정상회담을 공식 언급하면서 비핵화를 위한 한반도 대화의 입구가 가시권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비핵화 해법에 대한 미국과 북한의 입장 차는 여전히 크다.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 원칙에 입각한 ‘선 비핵화 후 보상’을, 북한은 ‘단계적·동시적 조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간극 탓에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물밑접촉 도중 북미가 틀어지거나 회담이 실패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는 “대화를 하기 전에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없는 선결 조건을 제시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현 시점에서는 대화의 장을 여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추 대사는 11일 서울경제신문·현대경제연구원 공동 주최로 서울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반도경제포럼’의 기조 발표에서 “언 땅은 하루아침에 녹지 않는다”며 “한반도 문제 역시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없는 만큼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꺼번에 성과를 거두면 좋겠지만 어려움이 있어도 포기하지 말고 점진적으로 실행 가능한 것부터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 대사는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소통의 조율은 한중관계의 중요한 요소”라며 “중국은 미국과 북한이 양자 대화를 통해 서로 우호적으로 해결할 것을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반도 평화 정착의 솔루션으로 중국이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쌍중단’과 ‘쌍궤병행’을 재차 언급하며 이는 “현실적인 가이드라인”이라고 말했다. 쌍중단은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 활동을 중단하면 한국과 미국은 대규모 군사연합 훈련을 중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쌍궤병행은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체제 협상을 병행 추진하는 것을 뜻한다. 또 그는 “지난 2005년 6자회담 9·19공동성명에서 확정됐던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 역시 중요한 현실적 지침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 대사는 쌍중단과 쌍궤병행을 강조하면서도 “중국이 한반도에서 주한 미군철수를 요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동맹은 한국의 선택이고 그 선택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다. 하지만 ‘중국의 안보 이익을 해치지 않는 한’이라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해서는 “중국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해다. 그는 “중국과 북한은 과거 특수관계에 있었고 지금은 그런 특수관계가 바뀌고 있는 시점”이라며 “물론 중국은 여전히 북한과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중요시하지만 원칙적 입장에서 타협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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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베이징에 올 때는 핵포기 의사를 갖고 왔고 북한이 핵 포기 의지를 보일 때는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한다”며 “그에 상응해 북한의 체제 보장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해다.

또 추 대사는 “김 위원장이 베이징에서 비핵화와 관련해 중국과 논의한 것은 대부분 평양에서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과 이미 논의했던 내용”이라며 “단계적·동보적으로 진행하고 6자회담 같은 대화체를 재개한다는 것 등이다”라고 덧붙였다.

추 대사는 수년간 고조됐던 한반도 긴장이 최근 완화되는 데 있어 한국 정부의 역할이 컸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는 “한국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긴장 완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적극적인 역할 분담을 추진해 국면 전환을 위한 견인차 역할을 했던 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중국 역시 이에 화답해 시진핑 주석의 특별 대표를 올림픽 개·폐회식에 보내는 등 한국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추 대사는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적극적인 소통과 긴밀한 협력으로 비핵화 프로세스를 지속적으로 진전시켜 궁극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성의 있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얼어붙었던 한반도에 꽃 피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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