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인터뷰] 장경순 목멱산방 대표 "누군가의 추억을 책임지는 명소 되고파."

"목멱산방 브랜드와 건강한 맛 유지해 온 전문성 인정돼야"

9년간 한결같은 맛 보장으로 120만명 찾은 남산의 명소




“서울시민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만한 비빔밥을 내 놓고 싶은 마음 하나로 입찰에 참가했습니다. 가격은 둘째였죠. 3년마다 재입찰가격이 높아져도 이를 감수하는 이유는 지난 9년간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남산을 찾는 사람들의 자랑거리가 되고 싶은 작은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남산 중턱에 자리한 한식 전문점 ‘목멱산방’을 운영하는 장경순(사진) 대표는 2010년 9월 한식점 경영을 준비했던 초심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남산 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새마을공판장 휴게실을 없애고 그 자리에 한옥을 세우고 입찰을 통해 임대사업자를 선정하는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남산의 옛 이름인 목멱산에서 이름을 따온 목멱산방은 전통 가옥에서 즐길 수 있는 편안한 한식전문점이다. 특히 비빔밥이 전문인데 놋그릇에 밥을 담고 고명을 별도 그릇에 정갈하게 곁들인 건강식으로 이름이 나 있다. 장 대표는 건강한 음식 조리를 위해 무화학 조미료와 유기농 식자재를 고집하고 있다. 그는 “처음 목멱산방을 찾아 비빔밥을 맛본 고객들이 ‘입에 착 감기는 맛이 부족하다’ 혹은 ‘맛없다’는 혹평을 하기도 했다”면서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고 염도를 낮춰 나물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었는데 고객의 반응은 썩 좋지 않았다”며 옛 기억을 더듬었다. 2년쯤 지나자 웰빙 바람과 저염식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목멱산방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2016년에는 수요미식회에 소개되면서 맛집으로 소문이 났고, 2017~2018년에는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 이름을 올리면서 남산의 명소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그는 “지난 9년간 목멱산방을 찾아온 고객은 약 120만명에 이른다. 초기의 혹평과 달리 재방문 고객이 늘고 있으며, 맛이 고급스럽고 분위기가 고즈넉하다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좋은 요리를 맛 볼 수 있는 음식점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변치 않았던 음식 맛”이라고 자부했다.

관련기사



지난 9년간 목멱산방에 한결같은 음식 맛을 유지해 온 그에게는 최근 고민 하나가 생겼다. 2015년 10월 입찰을 다시 받은 후 해가 바뀐 2016년 법이 바뀌었다면서 3년에서 5년으로 2년간 임의 연장할 수 있다는 서울시의 통보를 받은 것이다. 그러나 목멱산방은 예외였다. 그는 “2015년 두 번째 입찰을 마치고 난 후 2개월 차이로 3년 만에 다시 올해 입찰에 참가하려니 솔직히 억울한 점이 없지않다”면서 “지난 9년간 비빔밥의 고급화를 내 세우고 브랜드와 맛을 유지해왔는데 오는 10월 다시 입찰을 해야 하니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손실이 아닐 수 없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입찰은 임대를 희망하는 사업자가 제시하는 가격에 따라 당락이 결정이 나기 때문에 목멱산방을 9년간 운영해 온 그에게는 별다른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 장 대표는 “만약 입찰에 떨어지면 목멱산방이 없어질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도 전통을 고수하는 음식점이 늘어나야 하는데 그동안 노력해 온 전문성에 대한 평가는 받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그가 외식업을 시작한 시기는 대학을 졸업하고 무작정 상경했던 19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산에서 음식장사를 하던 친구네 가게를 들르다 우연히 외식업에 뛰어들었다. 그가 인수한 가게는 당시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경양식점 ‘촛불’이었다. 장 대표는 “인수하기 전에 이름이 촛불이었고 공식적으로 제가 3대 사장”이라면서 “새 이름으로 갈아치울 수도 있었지만, 남산의 역사를 이어가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촛불 1978’로 더 유명해진 이곳은 연인들의 프러포즈 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잡았다. 3년 전 재건축을 거쳐 말끔하게 재단장했다.

30여년간 한 자리에서 같은 이름으로 외식업을 해 온 그가 힘들 때마다 기억하는 선배의 조언이 있다. ‘고객의 추억을 책임지는 사람이 한사람쯤 있으면 좋겠다.’ 그는 “잔손이 많이 가는 외식업은 고된 노동과 팀워크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계절별 매출에 부침이 있는 남산에 터를 잡고 떠나지 않는 이유는 촛불이나 목멱산방을 한 번이라도 찾은 고객이 한참 뒤에 다시 들러 옛 기억을 더듬으며 행복할 수 있는 공간을 지키고자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라며 활짝 웃었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장선화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