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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경제포럼]추궈훙 中대사 "美, 보호무역 고수하면 어떤 대가 치르더라도 반격"

■추궈훙 주한中대사 기조강연-美 무역전쟁 작심 비판

美, 저축보다 소비 많아 적자 초래..정책 탓 아냐

中 발전 가로막기 위해 '아름다운 거짓말' 늘어놔

단순 적자해소 원한다면 美제품 1,000억弗 살수도

추궈훙(오른쪽) 주한 중국 대사가 11일 서울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반도경제포럼’에서 “한중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이고 전략적 동반자이자 책임공동체”라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 문제는 “꼭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은석기자추궈훙(오른쪽) 주한 중국 대사가 11일 서울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반도경제포럼’에서 “한중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이고 전략적 동반자이자 책임공동체”라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 문제는 “꼭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은석기자



추궈훙 주한 중국 대사는 미중 무역전쟁에 대해 “협상을 한다면 대문을 활짝 열어놓겠지만 분쟁을 한다면 끝까지 맞설 것”이라며 “미국이 일방적인 보호무역을 고수하면 중국은 어떤 대가를 치러도 반격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0일 미국에 유화 신호를 보냈지만 중국은 무역갈등이 계속될 수 있다고 보고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평가된다.

추 대사는 11일 서울경제신문·현대경제연구원 공동 주최로 서울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반도경제포럼’의 기조 발표에서 “정부의 공식 논평”이라며 작심한 듯 미국에 포문을 열었다. 그는 “무역분쟁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시작했다”며 “미국의 조치는 대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완곡어법을 즐겨 쓰는 중국인의 특성상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추 대사는 “중국은 무역전쟁을 하고 싶지 않지만 두려워하지도 않는다”며 “중국의 이익을 심각하게 위협하므로 선택의 여지 없이 결연히 반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첫 번째로 취한 것이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을 제소하고 중국 법률에 따라 보복관세를 부과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중국은 10일 철강 등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미국을 WTO에 제소했다.

1215A05 G2통상갈등


추 대사는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정부의 인위적인 정책 때문이 아니라 경제·시장구조 때문이라며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미국 경제구조상 저축이 투자보다 적다”며 “이에 미국은 중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와도 적자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학에서 저축이 적고 소비와 투자가 많으면 무역적자가 발생하는데 미국이 딱 이 상황이라는 것이다. 추 대사는 “미국은 대규모 무역적자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그래야 국제결제통화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적자를 봐야 전 세계에 달러가 뿌려지고 결과적으로 미국의 영향력 확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이 대중 수출품을 규제하는 것도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하이테크 제품의 대중 수출을 규제하고 있다는 뜻으로 브라질 수준으로 완화하면 대중 무역적자가 최대 24%, 프랑스 수준으로 낮추면 34% 줄 것이라고 추 대사는 분석했다.


그는 “무역은 기업과 소비자의 자발적 선택으로 이뤄지므로 정부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상호 의존적인 글로벌 경제구조에서 누가 이익을 보고 손해를 보느냐는 (무역적자만으로) 단순하게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메이드 인 차이나’는 전 세계적 자원 배치에 의해 나타난 결과로 많은 기업이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면서 중국이 얻는 부가가치는 적은 반면 기업이 얻는 수익은 높다”고 진단했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제품이 많아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큰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많은 미국 기업이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해 많은 이익을 얻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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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추 대사는 미국의 조치가 ‘중국제조 2025’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 대목에서는 사견임을 전제로 “중국이 빨리 발전하면 미국에 도전이 되므로 견제하기 위한 정치·전략적 의도에서 단행한 것”이라며 “(미국이) ‘아름다운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제학의 발원지인 미국이 적자의 기본 원인을 모를 리 없으므로 중국 발전을 막기 위한 의도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미국은 중국 제조업 발전 로드맵인 ‘중국제조 2025’의 10대 핵심업종 1,300개 품목에 고율 관세를 예고한 상태다.

그는 “미국이 단순히 무역적자만으로 전쟁을 일으킨 것이라면 해결하기 쉽다”며 “중국은 미국 제품을 1,000억달러어치라도 살 의향이 있다. 중국은 필요하지 않은 많은 물건을 사들인 적이 있으며 이런 영수증은 충분히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중 무역분쟁이 ‘중국제조 2025’를 겨냥한 것이라면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추 대사는 미국의 압박이 오히려 중국에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도 내비쳤다. 그는 “미국이 중국의 우주 사업 진출을 규제했지만 중국의 독자적인 우주 사업 발전의 동력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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