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이번 사태를 대하는 태도도 이해하기 힘들다. 청와대는 김 원장이 국민 눈높이에 모자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사퇴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말로는 관행을 내세웠지만 야당과의 힘겨루기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사태를 이런 식으로 봤으니 제대로 된 수습책을 내놓을 리 없다. 김 원장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정치적 책략이 아니라 공인이 갖춰야 할 도덕성이다. 자신이 감시해야 할 피감기관의 돈으로 관광일정이 포함된 해외출장을 다니고 국정감사에서 정치자금을 받은 대기업과 관련된 발언을 한 데 대해 대가성이 없었다고 받아들일 이는 없다.
잘못된 관행은 적폐이고 적폐는 청산해야 할 대상이다. 문재인 정부가 그렇게 외쳤고 국민들도 이에 동의했다. 김 원장은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전형적인 갑질을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최고의 도덕성을 요구하는 금융감독기관의 수장이 이럴진대 시장에서 제대로 영이 설 리 없다. 오히려 잘못을 저질러도 관행으로 덮을 수 있다는 왜곡된 신호를 줄 수 있다. 시장과 국민이 필요로 하는 금융감독원장의 모습은 이런 것이 아니다. 청와대가 진정 적폐 청산을 원한다면 김 원장의 거취를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봐야 함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