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김기식 거취' 국민 눈높이에서 결정하는 게 옳지 않나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둘러싼 의혹이 하루가 멀다 하고 불거지고 있다. 잇따른 외유성 출장에 이어 이번에는 경영권 분쟁 중인 대기업 부사장 아내로부터의 정치자금 500만원 수수, 김 원장이 속한 초·재선 의원 모임 ‘더미래연구소’의 고액 강좌, 여기에 19대 국회의원 임기 종료 직전 더미래연구소로의 정치자금 이체 주장까지 제기됐다. 까도 까도 끝없이 나타나는 의혹에 야당은 물론 금감원 내부에서조차 “심각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판이다. 여당 지도부에서 ‘트집 잡기’라는 입장을 내놓고는 있지만 이것으로 사태가 진정되리라 보는 이는 아무도 없다.


청와대가 이번 사태를 대하는 태도도 이해하기 힘들다. 청와대는 김 원장이 국민 눈높이에 모자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사퇴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말로는 관행을 내세웠지만 야당과의 힘겨루기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사태를 이런 식으로 봤으니 제대로 된 수습책을 내놓을 리 없다. 김 원장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정치적 책략이 아니라 공인이 갖춰야 할 도덕성이다. 자신이 감시해야 할 피감기관의 돈으로 관광일정이 포함된 해외출장을 다니고 국정감사에서 정치자금을 받은 대기업과 관련된 발언을 한 데 대해 대가성이 없었다고 받아들일 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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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관행은 적폐이고 적폐는 청산해야 할 대상이다. 문재인 정부가 그렇게 외쳤고 국민들도 이에 동의했다. 김 원장은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전형적인 갑질을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최고의 도덕성을 요구하는 금융감독기관의 수장이 이럴진대 시장에서 제대로 영이 설 리 없다. 오히려 잘못을 저질러도 관행으로 덮을 수 있다는 왜곡된 신호를 줄 수 있다. 시장과 국민이 필요로 하는 금융감독원장의 모습은 이런 것이 아니다. 청와대가 진정 적폐 청산을 원한다면 김 원장의 거취를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봐야 함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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