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이 11일 이번 ‘유령주식’ 사태의 피해 구제 범위를 ‘6일 사고 발생 이후 주식을 매도한 모든 투자자’로 정하면서 예상보다 많은 투자자가 일정 정도의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번 사태가 전적으로 삼성증권의 책임인 만큼 회사가 앞서 밝힌 ‘소송 없이 최대한 보상한다’는 원칙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미 삼성증권에 대한 단체소송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있어 이번 보상안과는 무관하게 법정 공방으로 번질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이날 삼성증권의 보상안은 이번 사태의 중대성을 염두에 둔 결정으로 보인다. 당초 지난 6일 삼성증권 직원 16명이 ‘미발행된 착오주식(이른바 유령주식)’을 대량으로 시장에 내던지면서 주가가 급락해 ‘손절매’를 해야 했던 투자자들이 구제 우선순위에 오를 것으로 관측됐다. 당일 오전9시35분부터 10시5분까지 30분 동안 766만7,000여주로 추산되는데 삼성증권 직원들이 매도한 501만2,000주를 제외한 나머지 약 265만5,000여주가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피해자로 추정돼온 것이다. 그러나 삼성증권은 해당 30분을 넘어 당일 전체로 피해 시간을 확대 적용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접수된 두 가지 손실유형에 대해 투자자의 보상기준점을 당일 최고가인 3만9,800원으로 선정하는 등 최대한 투자자에게 유리한 기준을 찾아 보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최대한 다양한 주주 가치 제고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금융감독원이 현재 정확한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점검에 착수한 만큼 조사 결과에 따라 삼성증권이 보상과 별개로 져야 할 ‘기관 책임’이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삼성증권은 이번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우리사주조합 배당 시스템을 1999년 이후 한 번도 개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소형 로펌은 포털 사이트에 카페를 개설해놓고 삼성증권 피해자를 상대로 원고인단 모집에 나선 상태다. 과거 대부분의 대형 금융사고가 그랬듯 삼성증권 사태 역시 길고 지루한 민사소송으로 흘러갈 수 있는 것이다.
한편 금융 당국은 삼성증권의 피해자 구제 방안과 관계없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을 파헤치기 위해 이날부터 현장검사에 나섰다. 또 금감원은 12일부터 오는 17일까지 우리사주조합을 운영하고 있는 교보증권·골든브릿지증권·대신증권 등 15개 상장증권사에 대한 현장점검에 나선다. 이번 점검에는 우리사주조합 전담 수탁기관인 증권금융과 금융투자협회의 전문인력도 참여한다./조양준·박성규기자 mryesandn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