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땜질처방 말고 산업생태계 재구성해야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청년일자리 추경 반대

기업 신사업·창업 활성화가 일자리정책 핵심

文정부서도 지속 가능성 불확실한 미봉책 반복

세제·재정 넘어 대통령 주도 청사진 마련을

정부가 재난 수준의 고용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편성한 3조9,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놓고 찬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일자리 지원을 통해 올해 5만명가량의 청년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지난 5일 추경예산안을 심의·의결했다. ‘미니 추경’인 이번 추경의 총예산 중 2조9,000억원을 청년 일자리 대책에 쓴다는 계획이지만 야권이 실효성을 문제 삼으면서 이달 임시국회 처리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파행으로 9일 예정됐던 이낙연 국무총리의 추경 관련 시정연설도 무산됐다. 청년 일자리 추경 찬성 측은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의 실질소득을 재정지원할 경우 중기의 구인·구직 미스매치를 해소하고 고용창출 효과도 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 측은 추경이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며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산업생태계를 재구성하는 근본적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며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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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1년도 안 돼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비정상이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악순환이 작동하며 한치 앞도 안보이던 한반도 위기 상황이 극적인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한반도 문제의 핵심과제인 남북관계 개선과 미국, 중국 등 이해당사국과의 협력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이처럼 주요 사안일수록 핵심과제에 초점을 맞추어야만 한다. 핵심을 건드리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 경우 문제는 갈수록 꼬이게 된다. 청년일자리 대책의 비정상이 지속되는 배경이다. 우리 경제의 핵심과제인 청년일거리 문제가 해결되려면 기업이 신사업을 창출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공급되거나 청년들의 창업, 창직이 활성화되어야만 한다. 이런 점에서 청년일거리 문제는 20년 넘게 지속되는 산업생태계의 정체와 청년 스스로 일거리를 만들어낼 역량도 키워주지 못하는 낡은 교육 패러다임의 지속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금융위기 이후 주력 산업인 제조업이 글로벌 공급과잉에 직면하자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구조조정보다는 금융지원으로 부실을 키우다가 외부충격이 가해질 때마다 땜질식 처방을 반복해왔다. 조선업과 해운업 사태 이후 지역경제와 청년일자리를 위한 추경 편성이 그것이다. 문제는 청년일자리 문제의 해결 없이 국정이 성공할 수 없다고 진단한 문재인 정부에서도 땜질식 처방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2년 연속 편성된 일자리 추경에 드러난 일자리 대책은 이전 정부의 대책과 근본적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차이가 있다면 금전 지원이 한시적으로 좀 더 확대되고 있을 뿐이다. 예상된 사태를 본예산에 반영하지 못한 재정운용 능력의 문제는 별개로 하자. 심각한 것은 주력 산업인 제조업의 불황과 구조조정은 오래전부터 진행돼온 것이고, 에코붐 세대의 진입이 청년일자리 문제의 본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전 정부들의 미봉책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한국GM 사태에서 보듯이 외부충격에 의한 주력 산업과 지역경제의 위기도 확대되고 있다.

게다가 청년일자리 대책을 정상화시키지 못할 경우 국정 목표인 공정과 정의의 확립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2020년 1만원을 목표로 한 최저임금의 빠른 인상, 시민의 삶의 질의 강화와 일자리 등을 위한 공공부문 확충, 소득세와 법인세의 누진성 강화 등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는 누가 봐도 경제적 약자들에 대한 애정이 보인다. 문제는 부작용과 기대효과의 지지부진 속에 지속가능성이 불확실해지고, 불완전한 설계로 공약이행이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 무렵 공정과 정의의 확립을 통해 통합과 혁신을 만들어내겠다는 목표에 대해 공정과 정의의 확립이 통합의 필요조건 중 하나이지만, 혁신 즉 ‘미래’를 창출하지 못하면 공정과 정의를 추진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통합을 좀 먹는 갈등과 분열의 싹도 솟아날 것이기에 ‘미래’를 만들어내는 역량이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결정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가 있다. 사회 전체의 파이가 증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존 파이의 재분배만으로 통합이 이루어진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임대료 인상률의 상한 인하나 고용보험·산재보험 가입요건의 완화가 최저임금의 지속적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경영난의 근본대책이 되기 어렵다. 좋은 일자리의 부족이 영세자영업 과잉의 근본원인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중소기업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중소기업 납품단가 현실화도 대기업의 성장 정체가 해결되지 않는 한 근본적으로 개선되기 어렵다. 최근 증가하는 한국의 해외직접투자 유출이 가속화될 경우 의도하지 않은 중소기업 일감 부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동전의 앞뒷면을 구성하는 청년일거리 만들기와 산업생태계 재구성이 바로 미래 만들기의 핵심과제다. 청년일자리의 핵심과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성과가 지지부진하자 언제부터인가 대통령은 보이지 않고 기재부가 전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세제나 재정 등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기재부의 역량으로는 해결책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 청년일거리 문제는 교육, 산업, 창업 및 창직, 사회보장 정책 등 대부분 정부 부서의 업무들과 관련되어 있기에 일자리위원회 위원장인 대통령 주도로 청사진을 만들고, 그 결과를 부처 간 유기적 협조 속에 추진될 때 실마리가 풀릴 것이다. 추경이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이 되지 않으려면 이런 청사진의 제시와 더불어 요구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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