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인체, 진화의 실패작] 우리의 진화는 '설계변경 오류'

■엔도 히데키 지음, 여문책 펴냄




직립보행은 두 팔을 해방시켰다. 이를 통해 인류는 도구를 사용할 수 있게 됐고, 이 도구에 힘입어 인류는 연약한 신체로도 먹이사슬 최고 위치에 올라설 수 있었다. 인류의 높은 지능 역시 반복적인 도구사용을 통해 얻었다는 학설이 있다. 물론 대가도 있었다. 꼿꼿이 선 허리가 받는 부담 때문에 생기는 허리디스크, 수직으로 흐르는 혈류가 유발하는 빈혈과 수족냉증이 그것이다.


이 책은 동물의 신체에서 인간 신체로의 설계변경인 ‘진화’의 역사를 되짚는다. 저자는 이러한 인체의 진화가 실패작이라고 선언한다. ‘슬픈 괴물’ 인류는 스스로의 설계변경을 통해 높은 지능을 얻었지만 이를 이용해 자연을 오염시키고 오존층을 파괴하고 심지어 버튼 하나로 인류의 씨를 말릴 만한 핵무기도 개발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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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걱정해도 어쩔 수 없다. 어차피 우리의 진화는 입신양명의 성공스토리가 아니었다. 오히려 끊임없이 지우개와 수정액으로 고쳐서 너덜너덜해진 설계도로 만들어진 종이 인류라 할 수 있다. 진화는 자신들의 설계변경이 실패작이라고 깨닫는 동물을 만들었다. 진화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이 이 지점이다. 1만7,000원


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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