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사진) SK그룹 회장이 올해 확대경영회의에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TED 방식으로 강연하고 토의하는 새로운 회의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오는 6월 중순으로 예정된 확대경영회의에 참가하는 계열사 CEO들에게 TED 방식의 강연을 준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열린 확대경영회의는 일반적인 회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계열사 CEO들은 1년간 추진해온 변화와 혁신 성과에 대해 발표하고 이후 참가자들과 의견을 나눴다. 그런 만큼 그룹 내부에서는 이번 변화에 대한 기대감과 긴장감이 감지된다. SK 관계자는 “보통 확대경영회의 막바지에 최 회장이 직접 TED 강연을 통해 새로운 과제를 제시했다”며 “계열사 CEO들이 TED 강연을 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올해 확대경영회의에서 다룰 주제는 △글로벌 경영 강화 방안 △일하는 방식의 혁신으로 결정됐다. 두 주제 모두 최 회장이 올해 신년회에서 SK그룹이 추진해야 할 과제로 꼽았던 것들이다. 최 회장은 특히 각 계열사 CEO들에게 발표할 강연 내용을 미리 영상으로 촬영해 제출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이 미리 검토한 뒤 몇 개를 선별해 확대경영회의에서 CEO가 직접 발표하도록 할 예정이다. 일종의 ‘콘테스트’ 방식인 셈이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확대경영회의의 변화를 SK그룹이 추진하는 ‘딥체인지(근본적 혁신)’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이는 TED 강연이 가진 특징에서 찾을 수 있다. TED 강연은 기술·오락·디자인을 의미하는 미국 비영리재단의 강연회에서 유래됐다. 연사가 무선마이크를 착용하고 여러 가지 시청각적 수단을 사용해 자유롭게 청중에게 자기 생각을 발표하는 형식이다. 강연자에게는 주제에 대한 깊은 이해력이 요구된다. 이는 결국 계열사 CEO들이 이번 확대경영회의를 준비하면서 지난 2016년부터 SK그룹이 추구해온 딥체인지를 오롯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최 회장의 주문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계열사 CEO가 그룹의 경영철학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이를 반영해 경영전략을 마련했는지 보겠다는 의미 아니겠느냐”며 “단순히 아랫사람이 작성한 보고서를 검토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CEO들이 직접 챙겨보라는 의도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