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 서울올림픽과 평창올림픽의 국가발전적 의의

서상목 동아대 석좌교수·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

외교 등 큰 성과 88올림픽처럼

남북화해의 장 조성했던 평창

대통령 통합적 리더십 이어가

북핵 해소·국민대통합 이뤄야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우리가 서울올림픽을 개최한 지 벌써 30년이 됐다. 지난 1981년 독일 바덴바덴에서 서울이 1988년 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됐을 때 대다수의 국민들은 큰 기쁨과 동시에 많은 우려를 나타냈다. 올림픽 개최에 필요한 막대한 경비 조달이 국민경제에 큰 주름살을 만들지는 않을지, 올림픽 같은 대규모의 국제행사를 치를 능력이 과연 우리에게 있을지, 그리고 올림픽 개최가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이용됨으로써 민주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지 등이 당시의 대표적인 염려였다.

그러나 이러한 걱정은 모두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서울올림픽이 국가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는 것이 전문가는 물론 대다수 국민의 평가였기 때문이다. 1987년 초 필자는 서울올림픽의 국가 발전적 의의를 사전에 분석하는 연구 책임을 맡은 바 있는데 지금 살펴보면 당시 발간된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 내용이 거의 그대로 이뤄졌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한마디로 서울올림픽은 한국이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길목에서 개최됨으로써 선진화 과정을 앞당기는 결과를 낳았다.


우선 경제적 효과를 살펴보면 당초 우려와 달리 서울올림픽은 개최 후 3,000억여원의 잉여금을 남길 정도의 흑자 대회로 기록되고 있다. 선수촌으로 사용된 올림픽아파트는 대회 개최 전 분양됐고 올림픽공원 일대는 서울 강남 지역의 새로운 도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으며 새로 마련된 경기장은 대회 개최 후에도 각종 스포츠 대회는 물론 일반행사를 위한 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서울올림픽의 최대 성과는 외교 부문에서 나타났다. 올림픽 개최와 전 세계로의 TV 중계는 한국의 경제 발전상을 국제적으로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고 이는 중국과 러시아와의 국교 수립으로 이어지는 성공적인 ‘북방외교’의 밑바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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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더해 서울올림픽은 1987년 ‘6·29 민주화 선언’과 대통령 직접선거로 이어짐으로써 한국 정치의 민주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북한이 서울올림픽을 방해하기 위해 1987년 11월 KAL기 폭파 사건을 일으킨 것인데 그럼에도 대회는 전 세계 160개국이 참가해 올림픽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또 한국은 이 대회에서 종합 4위를 차지함으로써 세계 스포츠 강국으로의 초석을 다졌고 한국의 고유문화와 선진 시민의식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로부터 30년 후 평창올림픽을 개최함으로써 한국은 하계와 동계 올림픽을 모두 개최한 여덟 번째 국가가 됐다. 서울올림픽은 한국이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개최된 반면 평창올림픽은 한국이 세계 일곱 번째로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인구 5,000만명의 국가로 이뤄진 이른바 ‘30-50클럽’ 가입을 목전에 둔 시점에 열렸다. 또 서울올림픽 당시에는 북한의 불참에 더해 KAL기 폭파 사건을 통한 적극적인 방해가 있었으나 평창올림픽은 북한 대표단은 물론 고위급 인사가 참석하는 남북 화해의 장이 됐고 이는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평창올림픽이 서울올림픽과 같이 국가 발전 차원에서 새로운 이정표가 되기 위해서는 이번 대회 개최를 계기로 대외적으로는 북한 핵 문제가 근원적으로 해소돼 새로운 남북 화합의 시대가 열리고 대내적으로는 보수와 진보 간 사회적 갈등이 해소돼 새로운 국민 대통합의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 할 것이다. 전자를 위해서는 한국이 북한 핵의 전면적 파기를 주장하는 원칙을 미국과 함께 고수함과 동시에 그럴 경우에도 정권이 붕괴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북한 정치지도자에게 줘야 한다. 그리고 후자를 위해서는 정부정책 운용에서 진보적 가치는 유지하되 보수세력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오히려 대통령에 대한 신뢰감을 가질 수 있도록 집권세력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과제가 대통령의 통합적 리더십 발휘로 원만히 해결됨으로써 평창올림픽이 서울올림픽을 뛰어넘는 국가 발전적 의의를 가져왔음이 역사에 기록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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