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한국 무대는 언제나 긴장...돈키호테 무대도 오르고파"

'지젤' 무대선 발레리노 김기민

주인공 알브레히트役 맡아

러 오스몰키나와 완벽호흡

유니버설발레단의 ‘지젤’에서 알브레히트를 연기하는 김기민과 지젤 역의 예카테리나 오스몰키나. /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유니버설발레단의 ‘지젤’에서 알브레히트를 연기하는 김기민과 지젤 역의 예카테리나 오스몰키나. /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



사랑하는 여인 지젤이 영원히 잠든 묘지 앞에서 윌리(결혼 전 죽은 여자귀신)들에게 둘러싸인 알브레히트가 무중력의 세계에 들어선 듯 쉴 새 없이 하늘로 날아오른다. 죽을 때까지 춤을 추게 된 그가 허공에서 양발을 교차하며 무대를 가르자 관객들은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은 듯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쏟아낸다. 깃털처럼 날아올라 마지 정지화면을 틀어 놓은 듯 머물더니 어느새 사뿐히 내려서 지상의 세계로 귀환하는 그의 동작에는 기품이 묻어난다.

14~15일 유니버설발레단의 ‘지젤’ 무대에는 2016년 무용계 아카데미상 ‘브누아 드 라 당스’을 거머쥐며 한국 최고의 발레리노로 등극한 김기민이 객원무용수로 주인공 알브레히트를 연기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지젤’에서 알브레히트를 연기하는 김기민과 지젤 역의 예카테리나 오스몰키나. /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유니버설발레단의 ‘지젤’에서 알브레히트를 연기하는 김기민과 지젤 역의 예카테리나 오스몰키나. /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


러시아 발레리나 예카테리나 오스몰키나와 김기민의 호흡은 완벽 그 자체였다.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인 두 사람은 3~4개월 전부터 백조의 호수, 지젤 등 클래식·로맨틱 발레 작품에 함께 오르며 호흡을 맞춰왔다. 팍팍한 스케줄에 한국 무대에 오르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웠던 김기민이 오스몰키나를 파트너로 요청했고 두 사람은 입국한 바로 다음 날부터 두 차례 한국 팬을 만났다.


물론 김기민을 테크닉만 뛰어난 무용수라 여기면 곤란하다. 그에게 있어 화룡점정은 입체적인 캐릭터 표현과 극적인 감정 표현이다. 표정 하나, 손짓 하나가 모여 사랑하는 여인을 잊지 못한 알브레히트를 빚어낸다. 백색 발레의 향연 속에 보라색 발레 수트를 입은 김기민은 완벽한 춤과 연기로 객석을 슬픔에 빠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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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무대에서 더욱 특별했던 것은 유니버설발레단의 수석무용수 이동탁이 지젤을 짝사랑하는 ‘힐라리온’ 역으로 조연을 맡아 무대에 섰다는 점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선배인 이동탁은 발레단에 요청해 김기민과 한 무대에 서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지젤’에서 알브레히트를 연기하는 김기민과 지젤 역의 예카테리나 오스몰키나. /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유니버설발레단의 ‘지젤’에서 알브레히트를 연기하는 김기민과 지젤 역의 예카테리나 오스몰키나. /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


공연 직후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김기민은 “13일 입국 직후 함께 리허설하며 호흡을 맞췄는데 학창 시절 같이 자장면 먹던 생각이 나 자꾸만 웃음이 터졌다”며 “한국팬들의 기대감을 알기에 한국 무대는 언제나 긴장되고 힘이 들어가지만 선배와 함께 해 더욱 뜻깊었다”며 웃었다.

그는 올해 한두 차례 더 고국팬과의 만남을 꿈꾸고 있다. 김기민은 “곧 이어 미국에서 ‘돈키호테’를 공연하고 러시아, 오스트리아, 일본 공연을 앞두고 있다”며 “기회만 닿으면 유니버설발레단 무대에 서고 싶은데 한국에서 돈키호테, 라 바야데르 무대에 오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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