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시리아 전략 안보이는 트럼프...부시 이라크전 데자뷔?

시리아 공습 '임무 완수' 선언

장기전 비화 막대한 타격 입은

부시의 이라크전 떠오르게 해

정세 안정 고려한 포괄 전략 없어

실효성 의문...美 자충수 될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전날 밤의 시리아 공습 이후 ‘임무완수(Mission Accomplished)’를 선언하자 미 언론들이 앞다퉈 15년 전의 트라우마를 거론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선언이 예상치 못한 장기전으로 막대한 비용과 사상자를 초래했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이라크 침공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당시 미국은 성급한 임무완수 선언 이후 이라크 무장세력들의 게릴라 공격을 받아 무려 8년간 이라크에서 전쟁을 치른 바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 전략 부재가 지적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시리아 정책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이번 시리아 공습이 10여년 전처럼 미국을 전쟁의 늪으로 끌어들이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프랑스와의 시리아 합동 공습을 ‘성공’으로 규정하면서 트위터에 “더 좋은 결과는 있을 수 없었다. 임무완수!”라고 선언한 것이 부시 전 대통령의 종전선언 당시의 문구를 차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이라크 침공 6주 만인 지난 2003년 5월 전쟁 공식 종료를 선언하면서 ‘임무완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하지만 이후 수년간 전쟁이 이어지면서 결국 미국이 병력을 추가하고 2조달러에 이르는 비용을 치르게 되자 ‘임무완수’는 미국의 오판과 실수를 상징하는 말이 됐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9년 1월 8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백악관을 떠나면서 “임무완수 선언은 임기 중 가장 큰 실수”라고 자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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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전 대통령이 15년 전에 썼던 문구와 트럼프의 이번 발언이 오버랩되는 것은 갑작스러운 공습과 성급한 임무완수 선언으로 이라크에서의 전략 부재를 드러냈던 부시 전 대통령처럼 트럼프 행정부의 시리아 전략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공습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7년간 이어진 시리아 내전을 끝내기 위한 전략을 갖고 있지 않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습에 대해 “시리아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냈을 뿐 화학무기보다 훨씬 많은 시리아인을 희생시킨 폭격에는 그동안 관여하지 않으려 했다”고 지적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시리아 정세 안정을 고려한 포괄적인 전략은 없었다”며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러시아 스캔들 등 자국 내 골치 아픈 문제에서 국민들의 관심을 돌리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번 공습으로 미국의 시리아 전략 향방이 더욱 불투명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2,000명의 시리아 미군 철군 방침을 분명히 하고 아사드 정권과 맞서고 있는 시리아 반군에 대한 지원도 중단하며 시리아 사태에서 발을 빼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이번 공습으로 러시아는 물론 이란과의 관계도 더욱 나빠지면서 미국이 이라크에 이어 또 다른 중동 문제에 깊게 개입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미 경제잡지 포춘은 “시리아 분쟁에는 너무 많은 경쟁세력들이 관련돼 있다”면서 “‘이라크 수렁’과 비슷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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