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최대 관심사는 차기 금감원장이 누가 될지다. 금감원 안팎에서는 김 원장보다 더 ‘강한’ 외부인사가 임명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개혁을 위해서는 외부충격이 필요하다”고 밝힌 마당에 관료 출신의 무난한 선택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의 금감원장 인사검증에 김 원장과 더불어 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이 후보군에 올랐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 전 사장이 차기 금감원장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 전 사장은 세계은행과 삼성생명·우리금융지주 등을 거친 민간 금융전문가로 전문성만 따지면 김 원장보다도 오히려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최흥식 전 원장에 이어 김 원장까지 두 번 연속 인사에 실패하면서 실험적인 민간 출신보다는 검증된 관료 출신 인사를 통해 안정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경우 후임 금감원장으로는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유광열 금감원 수석부원장, 정은보 전 금융위 부위원장 등이 거론된다. 다만 이 같은 관료 출신 인사들에 대해서는 청와대가 이미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 당국의 또 다른 관계자는 “관료 출신으로는 금융개혁에 한계가 분명하다는 게 청와대의 시각”이라며 “위에서는 참신한 인사를 원하는데 마땅한 인물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아예 이번 기회에 금감원의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의 수장을 갈아치우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조직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는 장점이 있지만 청와대가 원하는 수준의 개혁을 완수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관가에서는 최 위원장이 6월 지방선거 이후 옷을 벗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금감원이 두 번 연속 인사 실패를 겪으면서 금융개혁의 ‘영(令)’이 서지 않게 된 점은 앞으로 금감원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당장 은행권 채용비리 문제의 경우 최 전 원장은 본인이 직접 채용비리에 연루돼 낙마했고 김 원장은 자신과 관련된 외유출장 및 정치자금 의혹에 대해 “과거 관행이어서 괜찮다”는 논리를 내세우면서 은행들에 면죄부를 준 측면이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김 원장의 과오를 감싸면서 자가당착에 빠졌다”며 “앞으로 금융회사들이 관행이라고 이야기하면 금감원이 어떻게 반박하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금감원은 비서실 등이 앞장서 김 원장을 비호하는 자료를 직접 작성해 결국 ‘영혼 없는 조직’이라는 냉소적인 평가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
김 원장의 ‘내로남불’식 태도가 문재인 정부의 금융개혁 동력을 떨어뜨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원장은 연일 새롭게 제기되는 의혹에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오히려 증권사·저축은행 등 금융사 대표들을 만나 ‘역할을 망각하고 있다’는 식의 강한 발언을 쏟아내며 여론 전환을 시도했다.
/서일범·김기혁기자 squi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