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김기식보다 더 '강한' 외부인사 임명 가능성…민간출신 잇단 낙마, 무난한 관료 택할수도

후보군 올랐던 주진형 전사장

官출신은 김용범·유광열 거론

내로남불 金·과오 비호 금감원

금융개혁 동력 약화 자초 분석도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6일 취임 보름 만에 결국 자진사퇴했다. 금융권에서는 김 원장의 사퇴 사실보다도 향후 파장에 대해 주목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금융권이 ‘적폐청산’에 저항하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졌다”며 “앞으로 더 큰 파도가 밀려올 것 같다”고 말했다.

당장 최대 관심사는 차기 금감원장이 누가 될지다. 금감원 안팎에서는 김 원장보다 더 ‘강한’ 외부인사가 임명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개혁을 위해서는 외부충격이 필요하다”고 밝힌 마당에 관료 출신의 무난한 선택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의 금감원장 인사검증에 김 원장과 더불어 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이 후보군에 올랐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 전 사장이 차기 금감원장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 전 사장은 세계은행과 삼성생명·우리금융지주 등을 거친 민간 금융전문가로 전문성만 따지면 김 원장보다도 오히려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최흥식 전 원장에 이어 김 원장까지 두 번 연속 인사에 실패하면서 실험적인 민간 출신보다는 검증된 관료 출신 인사를 통해 안정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경우 후임 금감원장으로는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유광열 금감원 수석부원장, 정은보 전 금융위 부위원장 등이 거론된다. 다만 이 같은 관료 출신 인사들에 대해서는 청와대가 이미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 당국의 또 다른 관계자는 “관료 출신으로는 금융개혁에 한계가 분명하다는 게 청와대의 시각”이라며 “위에서는 참신한 인사를 원하는데 마땅한 인물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아예 이번 기회에 금감원의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의 수장을 갈아치우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조직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는 장점이 있지만 청와대가 원하는 수준의 개혁을 완수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관가에서는 최 위원장이 6월 지방선거 이후 옷을 벗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관련기사



금감원이 두 번 연속 인사 실패를 겪으면서 금융개혁의 ‘영(令)’이 서지 않게 된 점은 앞으로 금감원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당장 은행권 채용비리 문제의 경우 최 전 원장은 본인이 직접 채용비리에 연루돼 낙마했고 김 원장은 자신과 관련된 외유출장 및 정치자금 의혹에 대해 “과거 관행이어서 괜찮다”는 논리를 내세우면서 은행들에 면죄부를 준 측면이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김 원장의 과오를 감싸면서 자가당착에 빠졌다”며 “앞으로 금융회사들이 관행이라고 이야기하면 금감원이 어떻게 반박하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금감원은 비서실 등이 앞장서 김 원장을 비호하는 자료를 직접 작성해 결국 ‘영혼 없는 조직’이라는 냉소적인 평가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

김 원장의 ‘내로남불’식 태도가 문재인 정부의 금융개혁 동력을 떨어뜨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원장은 연일 새롭게 제기되는 의혹에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오히려 증권사·저축은행 등 금융사 대표들을 만나 ‘역할을 망각하고 있다’는 식의 강한 발언을 쏟아내며 여론 전환을 시도했다.
/서일범·김기혁기자 squiz@sedaily.com

서일범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