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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①] ‘당신의 부탁’ 임수정 “여배우들과 케미 좋아..김해숙·전도연 희망”

‘남편이 떠나고 아들이 생겼다’

배우 임수정이 영화 ‘당신의 부탁’(감독 이동은)으로 무경험의 캐릭터를 선보였다. 처음으로 도전한 ‘엄마’ 연기가 신기하게도 심금을 울린다. 사랑스럽고 여린 그에게서 보는 굉장히 현실감 있는 연기다. 이번에 유독 많은 고민의 흔적이 보인다.




배우 임수정 /사진=명필름, CGV아트하우스배우 임수정 /사진=명필름, CGV아트하우스



‘당신의 부탁’은 사고로 남편을 잃고 살아가는 32살 효진(임수정) 앞에 남편의 아들 16살 종욱(윤찬영)이 갑자기 나타나면서 두 사람의 좌충우돌 동거를 그렸다.

남편도, 아들도 없던 임수정이 ‘당신의 부탁’을 선택한 건 “시나리오가 반가웠다”는 이유에서다. 여성 캐릭터가 깊이 있는 감정들을 전달할 수 있는 영화가 상업분야 중에선 잘 없던 게 사실. “최근까지도 주로 남성 중심의 캐릭터를 보여주다 보니 여성 캐릭터가 깊이 있게 다뤄지지 못했다”는 게 임수정의 한(恨) 이었다.

임수정의 안목을 입증하듯 ‘당신의 부탁’은 지난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을 시작으로 브졸국제아시아영화제 공식 초청 및 넷팩 심사위원상 수상의 쾌거를 거뒀다. 피렌체 한국영화제, 헬싱키 시네아시아에도 연이어 초청되며 국내외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호평 받았다.

최근 서울 중구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만난 임수정은 “시나리오를 받고 빠른 답변을 줬다. 이런 시나리오가 나에게 들어온 게 되게 반가웠다. 다양한 엄마들이 나오는데 효진의 일상을 쫓아가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저예산이고 독립영화니까 이런 걸 시도해볼 수 있었다고 생각 한다”고 ‘당신의 부탁’에 매료된 지점을 밝혔다.

배우 임수정 /사진=명필름, CGV아트하우스배우 임수정 /사진=명필름, CGV아트하우스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이동은 감독이 쓴 인물들의 대사에 공감가고 되게 좋았다. 감정이 과잉되지 않게 인물들이 관계를 유지하는 일상이 우리들의 모습 같았다. 나도 여성으로서 ‘엄마’라는 존재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이런 결의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감독은 어떤 분일까 궁금해서 함께 작업하게 됐다. 너무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하고 미팅했는데 처음 봤는데도 정서적으로 잘 맞고 대화가 잘 통했다. 이 감독과는 좋은 작업을 할 수 있었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시나리오와 캐릭터가 좋았다 해도 무경험의 캐릭터를 도전하기엔 부담감이 따랐을 터. “내가 직접 아이를 낳고 경험한 상태로 연기했다면 오히려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효진은 32살로 아직 많이 젊다. 아기도 아니고 갑자기 16살의 아이가 찾아오는 당혹스러움이 지금의 싱글인 저이기 때문에 오히려 접근하기 어렵진 않았던 것 같다. 지금 엄마 역을 맡는다고 앞으로 싱글 여성을 연기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걱정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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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효진은 모두의 만류 속에서도 남편의 아들 종욱을 선뜻 받아들였다. 단지 종욱으로부터 죽은 남편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효진이 종욱을 덜컥 데리고 오는 과정이 관객들에게 납득이 돼야한다고 생각했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한 부분이다. 효진은 남편을 잃고 2년간 홀로 지내면서 상실감과 외로움, 공허함, 슬픔, 우울증이 있었다. 우울증의 여러 증상 중에 하나가 중요한 결정을 대책 없이 확 해버리는 것도 있다더라. 대사에도 있지만 ‘종욱이 커서 보니 오빠를 너무 닮았더라’는 부분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효진은 자신도 혼자인데 종욱도 혼자이다 보니 인간 대 인간으로 연민이 있었을 것이다.”

‘엄마’란 타이틀을 쓴 것도 파격적인데, ‘당신의 부탁’에서는 줄곧 거의 민낯인 임수정을 볼 수 있다. 앞선 작품들에서도 진한 화장을 잘 하지 않았지만, 극도의 수수한 옷차림으로 효진의 공허한 심리상태를 드러낸다.

배우 임수정 /사진=명필름, CGV아트하우스배우 임수정 /사진=명필름, CGV아트하우스


“효진이 자신을 꾸밀 직장인도 아니었고 심리 상태도 그랬다. 다크서클이 생기거나 뾰루지가 나거나 부어도 그대로 촬영했다. 효진이가 종욱이와 살면서 생기가 생기는 걸 볼 수 있다. 의상도 세상 편했다. 모든 힘을 빼고 연기하고 싶었다. 연기적인 측면에서도 많이 유연해졌다. 표현 못했던 부분도 더 잘 표현하게 돼 연기적으로 한 단계 성장한 것 같다. 다음 작품이 어떤 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극 중 아들 종욱 역의 윤찬영에 대해서는 한 결 같이 종욱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배우로서의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함께 있는데 굳이 친해지려고 하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은 친구였다. 서로 어색하지만 편안한 공기가 너무 좋았다. 나도 막 빨리 애써서 친해지려고 하는 타입은 아니다. 그런 공기를 찬영이가 잘 받고 있더라. 나이차가 많이 나면 피할 수도 있는데 그렇지도 않고 자기 할 일을 하고 가만히 있더라. 나는 ‘찬영아’ ‘종욱아’ 이렇게 불렀는데 찬영이는 애매했는지 나에게 별다른 호칭 없이 얘기를 하더라. 너무 귀여웠다. 딱 지금 나이에 맞는 모습이었고 너무 좋은 호흡이었다.”

미란 역을 맡은 이상희와의 ‘절친 케미’도 잘 들어맞았다. 미란은 효진을 진심으로 걱정하면서 대신 ‘사이다 발언’을 쏟아내 분위기를 전환시킨다. 임수정은 ‘당신의 부탁’으로 처음 만나기 이전부터 이상희에게 배우 대 배우로서 호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완전 절친으로 나오다 보니 연기하면서도 금방 절친처럼 친해졌다. 상희씨가 워낙 연기를 잘 한다. 다른 신을 찍을 땐 효진처럼 마음이 답답해지다가 상희씨와 연기를 하면서는 수다도 떨면서 숨통이 트이더라. 현장이 재미있고 유쾌했고 좋은 호흡이었다.”

돌이켜보면 여배우들과 유독 케미가 더 좋았던 것 같다는 임수정은 문근영, 이미숙과의 작업을 떠올리며 ‘남남케미’가 만연한 영화계에서 ‘여여케미’의 발전 가능성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을 보였다. “‘장화, 홍련’에서 근영이와도 그렇고 ‘...ing’에서 이미숙 선배님과도 너무 사이가 좋았다. 진짜 여성배우들과 많이 연기를 하고 싶다. 김해숙 선배님, (전)도연 언니와도 연기하고 싶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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