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X300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개인 자금을 끌어모으며 선방하고 있지만 정작 기관 ‘큰손’인 연기금의 호응도는 높지 않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코스닥 시장 활성화 의지가 높아 향후 정부 관련 자금이 본격적으로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큰손 투자자들의 미온적인 반응으로 지속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16일 SK증권과 금융투자(IB) 업계에 따르면 KRX300 ETF에는 상장 이후 약 8,2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KRX300을 추종하는 인덱스펀드가 출시 이후 한 달간 1,400억원가량의 자금을 끌어모은 것에 비하면 우수한 성과다. 거래도 활발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13일까지 KRX300 ETF의 일 평균 거래대금은 662억원이다. 전체 거래소에 상장된 다른 ETF 하루 평균 거래대금의 10배가량 되는 규모로 먼저 출시된 코스피200·코스닥150을 추종하는 ETF에 비해서도 규모가 월등히 크다. 종목별로는 ‘KODEX KRX300’과 ‘TIGER KRX300’의 거래대금이 308억원, 226억원으로 전체의 90%가량을 차지했다.
하지만 KRX300 ETF를 움직이는 주체는 대개 ‘개미투자자’다. 6개 ETF 종목 모두 출시 이후 기관은 순매도, 개인은 순매수하며 사실상 개인이 지수 흐름을 이끌고 있다. 특히 기관 중 가장 영향력이 큰 연기금과 정부 지자체는 지난달 26일 KRX300 ETF가 대거 상장된 후부터 이달 10일까지 KRX ETF 순매수 금액이 0원으로 집계됐다. 짧은 기간 내에 상당한 규모의 자금이 유입됐지만 정작 큰손의 수급이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KRX300 ETF가 출시 초기부터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자금 몰이를 하는 이유는 정부의 중소형주 및 코스닥 활성화 의지 때문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관치펀드’의 성격을 보이면서 개인들이 자금을 투입하며 기대감을 표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관투자가들은 정책이 안정화할 때까지 관망하며 추이를 지켜보는 상황이다. 국내 증시는 외국인의 영향이 크지만 코스닥처럼 외국인 비중이 낮은 시장은 대개 기관의 영향력이 크다. 특히 외국인 수급 부재에도 기관의 뒷받침으로 강세장을 이어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시장 일부 관계자들은 이 같은 기관의 외면에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정작 자금력이 큰 기관이 투자에 뛰어들지 못할 경우 지속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체로 전문가들은 정부의 의지가 강한 만큼 시간이 흐를수록 연기금의 자금 유입 기관 수급 규모는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KRX300이 코스닥 활성화를 위해 출시됐기 때문에 향후 본격적으로 연기금과 지자체에서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현 정부와 정책 방향이 유사한 2003년 참여정부 시절에도 금융 시장 활성화 정책을 펼친 후 기관이 실제로 순매수로 전환하기까지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며 “연기금이 매수 규모를 확대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