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회장이 불법 정치후원금 조성 혐의로 경찰에 소환되며 KT가 또다시 ‘최고경영자(CEO) 리스크’에 흔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경찰 조사가 현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를 CEO로 선임하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면서 5G와 같은 미래 먹거리 사업 또한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황 회장을 1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본청으로 불러 정치자금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KT 현직 CEO(최고경영자)가 경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사례는 2002년 민영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은 KT 전·현직 임원들이 지난 2014~2017년 법인자금으로 상품권을 구매한 뒤 이를 현금화해 국회의원 90여명에게 총 4억3,000만원을 불법후원한 혐의에 대해 황 회장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는지 여부를 캐물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수사 상황에 따라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황 회장이 중도 사퇴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과거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면서 ‘황의 법칙’을 만들어 낸 황 회장은 지난 2014년 KT 회장 취임 이후 구조조정과 평창동계올림픽에서 5G 시범 서비스에 나서는 등 일정 정도 성과를 보여줬다는 평을 받고 있다.
황 회장의 이날 소환에 대해 업계는 정권이 바뀔 때 마다 반복되는 ‘KT의 흑역사’로 바라보고 있다. 정부가 사실상 주인이 없는 KT를 개국 공신들을 위한 자리 챙겨주는 곳으로 인식하면서 KT의 전임 CEO들이 새 정권의 압박을 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한 듯 KT는 올해들어 주주총회에서 독립성과 투명성 제고를 목표로 한 이사회 권한 강화 방안을 통과시켰고 지난달에는 참여정부 시절에 활동한 이강철 전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과 김대유 전 청와대 경제정책 수석을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도 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누구라도 잘못이 있으면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KT의 경우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들이 수난을 당하는 것은 한번 짚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양철민·최성욱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