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구멍 뚫린 靑 인사검증] 사정기관 인사정보 끊겨...시민단체 우선 '그들만의 리그'도 한계

■검증체계 어떻길래 인사참사 많나

檢·警·국정원 정보핫라인 폐기

기초 정보조차 중단된지 오래

한 차례 검증절차 보강했지만

인력자원·네트워크 한정되고

소수 인추위로 부적격자 못걸러

"개각전까지 시스템 원점 재정비를"

조국(왼쪽)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이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사퇴로 인사검증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연합뉴스조국(왼쪽)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이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사퇴로 인사검증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연합뉴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국회의원 시절의 후원금 처리 문제 등으로 물러나면서 청와대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체계의 맹점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현 정부 출범 후 부실 인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청와대 인사 및 민정수석 라인이 부적격자를 걸러내는 데 한계를 드러내면서 보다 근본적인 시스템 수술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정기관 핫라인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인사 검증을 하려고 해도 고급 정보가 매우 한정적이라는 것은 맹점이다. 현 정부 들어 청와대는 검찰은 물론이고 경찰과 국가정보원으로부터의 정보 핫라인을 거의 폐기해버렸다고 복수의 당국자들은 전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 이전까지는 경찰청 내 특수조사과가 인사 검증의 기초정보를 모으는 실무 채널 역할을 했다. 노 대통령 취임 후에는 해당 기능이 사라지고 청와대 내 민정수석 휘하 공직기강비서관이 해당 역할을 맡았다. 경찰로부터의 핫라인을 끊은 대신 유관기관과 협력하고 감사원·국가정보원·검찰청·경찰청·국세청·부패방지위원회 등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검증업무를 실행해왔다. 현 정부도 인사 추천 및 검증 체계는 기본적으로 노무현 정부 때 구축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인사수석이 후보를 추천하면 민정비서관실 산하의 공직기강비서관실이 검증을 맡는 시스템이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검증을 하다가 부족함을 느끼면 민정수석 휘하의 반부패비서관실에 교차검증을 부탁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노무현 정부 때보다 더 열악하다. 현 정부 들어 권력기관 개혁을 추진하다 보니 검찰은 물론이고 경찰과 국정원의 정보 핫라인을 모두 끊어버렸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청와대는 고급정보는 물론이고 기초적인 인물평가 정보마저 매우 부족하다고 한다. 올해 초 전병헌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 사정의 대상에 올랐을 때조차 조국 민정수석은 해당 사실을 조간신문 기사를 보고 알았을 정도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감찰을 총괄할 민정수석이 정보력에 한계를 겪는 다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심각한 리스크”라며 “사정기관과 국정원 개혁은 필요하지만 국가 운영과 인선에 필수적인 기초적인 정보활동을 할 수 있도록 숨통을 터주고 청와대와 원활히 소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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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청와대 내 고위공직자 공석과 금감원장 후임 인선을 비롯해 6월 지방선거 이후 개각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인사 검증 부실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 따라서 청와대와 여권이 지혜를 모아 최소한 개각 전까지는 인선체계를 근본적으로 수술해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견해다.



◇그들만의 리그 못 벗어난 인선체계=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후 인선을 단행한 청와대 및 정부 고위공직자 중 낙마한 사람은 9명에 달한다. 인사 참사가 빚어질 때마다 민심이 출렁거렸지만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정권 출범 초창기인 지난해 6월 한 차례 검증 절차를 보강한 것이 전부다. 후보 추천 시 1단계 후보군 압축 배수를 기존의 2~3배수에서 5~6배수로 늘리고 이들을 3배수로 재압축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주요 참모들이 참여하는 인사추천위원회가 심사를 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로써 인사수석과 민정수석 중심으로 주도되던 기존의 인선 후보군 선발과정이 인추위를 플랫폼으로 한 다른 보직의 청와대 참모들 참여로 보다 투명해지고 강화되는 효과는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청와대 식구들끼리 인선하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한계점은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 참모들 간 공직 후보자에 대한 인물평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인사권자나 인사추천자의 심중과 체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실세 참모나 대통령이 직접 천거한 인사에 대해서는 적격 문제가 제기돼도 선제적으로 고언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 김 전 원장의 경우처럼 인선 과정에서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경우라면 문제가 불거진 사후에조차도 참모들이 인사권자에게 결단하시라는 직언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 청와대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핵심 참모들 중 적지 않은 인물들이 시민사회단체에 있는 만큼 같은 계열 출신의 고위공직자 후보군이 부실검증 논란을 빚게 되면 이번 김 원장 사태 때처럼 ‘제 식구 감싸기’라는 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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