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고민하지 말고…렛츠 스윙!"

국립현대무용단 신작 '스윙'

스웨덴 스윙밴드와 호흡

올드재즈·현대무용 버무려

20~22일 예술의전당서 공연

"재즈클럽 온 듯 즐겨달라"

서울 서초 국립예술단체연습동 연습실에서 인터뷰 후 ‘젠틀맨’ 스타일로 포즈를 취한 ‘젠틀맨 앤 갱스터즈’와 안성수(왼쪽 네번째)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서울 서초 국립예술단체연습동 연습실에서 인터뷰 후 ‘젠틀맨’ 스타일로 포즈를 취한 ‘젠틀맨 앤 갱스터즈’와 안성수(왼쪽 네번째)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




서울 서초 국립예술단체연습동 연습실에서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한 ‘젠틀맨 앤 갱스터즈’와 안성수(왼쪽 네번째)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 이번 버전은 갱스터즈다.서울 서초 국립예술단체연습동 연습실에서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한 ‘젠틀맨 앤 갱스터즈’와 안성수(왼쪽 네번째)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 이번 버전은 갱스터즈다.


“다음 곡은 한국 말로 ‘물 좋은 쌩...존...’ ‘쌩손’ ‘쌩선’”

오는 20일 신작 ‘스윙’의 개막을 앞두고 연습이 한창인 서울 서초 국립예술단체연습동에선 지난 13일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열기가 만들어졌다. 연습실만 아니라면 영락없이 서울 어딘가에 있을 법한 재즈클럽의 풍경. 연습실 한쪽 벽면에는 더블베이스부터 드럼, 트럼본, 클라리넷, 색소폰, 트럼펫, 기타를 연주하는 6명의 스웨덴 남자들이 도열했다. 스윙 공연에서 화려한 라이브 연주로 관객들을 1920~30년대 미국 뉴올리언즈로 데려다 줄 ‘젠틀맨 앤 갱스터즈’다. 리더이자 보컬인 폴 월프리드슨이 마이크를 잡고 그들이 연주할 곡을 소개하자 통 넓은 나팔바지와 풍성하게 퍼지는 원피스 등 복고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 사이에선 웃음보가 터졌다. 스웨덴의 올드 재즈 ‘피나피스켄(Fina Fisken)’을 한국말(‘물 좋은 생선’)로 소개하는 그의 발음이 꽤나 우스꽝스러웠기 때문이다.


20~22일 서울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진행하는 본 공연 역시 밴드가 공연을 리드하고 관객들과 이야기하는 콘서트처럼 진행된다. 이번 작품의 안무를 맡은 안성수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이 “이번 공연만큼은 이해하려 들지 말고 고민하려 들지 말고 그저 콘서트를 즐기듯, 재즈 클럽에 춤을 추러 온 듯 즐겨달라”고 주문하는 이유다.

서울 서초 국립예술단체연습동 연습실에서 연주하는 젠틀맨 앤 갱스터즈. 왼쪽부터 마틴 올슨(더블베이스), 안톤 존슨(드럼), 피터 선딘(기타), 니클라스 칼손(트롬본), 폴 월프리드슨(보컬, 트럼펫), 마티아스 칼슨(클라리넷, 색소폰).서울 서초 국립예술단체연습동 연습실에서 연주하는 젠틀맨 앤 갱스터즈. 왼쪽부터 마틴 올슨(더블베이스), 안톤 존슨(드럼), 피터 선딘(기타), 니클라스 칼손(트롬본), 폴 월프리드슨(보컬, 트럼펫), 마티아스 칼슨(클라리넷, 색소폰).


‘잰틀맨 앤 갱스터즈’는 정통 뉴올리언스 핫 재즈 스타일 음악을 연주하는 밴드다. 더블밴드 연주자인 마틴 올슨은 “겉모습은 신사지만 연주하는 음악은 갱스터처럼 무자비하고 견고하기 때문에 지은 이름”이라고 밴드 이름을 소개했다. 이들의 음악을 유튜브에서 듣자마자 안 감독은 무릎을 쳤다고 한다. “루이 암스트롱, 빅스 바이더벡, 먹시 스패니어, 시드니 베쳇, 듀크 웰링턴 등 재즈 거물들의 고전적인 재즈 스타일로 연주하는 이들이라면 현대무용을 통한 전통의 재해석이라는 주제에 꼭 들어맞는다”는 게 안 감독의 생각이었다.


젠틀맨 앤 갱스터즈는 ‘린디 홉’으로 불리는 1920년대 스타일을 스윙댄스를 즐기는 마니아들 사이에선 세계적인 밴드다. 일정한 틀 없이 그저 음악에 몸을 맡기는 스윙댄스의 특성상 댄스플로어와 음악의 밀고당기기가 중요한데, 그런 의미에서 ‘젠틀맨 앤 갱스터즈’는 ‘밀당’의 귀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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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월프리드슨은 “연주를 하면서도 끊임없이 무용수들의 눈빛을 보는데 그들의 에너지가 목까지 올라오면 폭발적인 연주로 에너지를 머리끝까지 끌어올려준다”며 “반대로 무용수들이 숨을 골라야 할 때는 템포를 늦춰 다시 에너지를 모을 수 있게 한다”고 귀띔했다.

전 세계 숱한 댄서들과 호흡을 맞춘 베테랑 연주자들이지만 현대 무용수들과의 협업은 이들에게도 새로운 도전이다. ‘싱 싱 싱(Sing Sing Sing)’ ‘머스크랫 럼블(Muskrat Rumble)’ ‘빅 버터 앤 에그맨’ 등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진 곡들을 주로 들려줄 예정이지만 댄스플로어와 호흡이 중요한 만큼 이들의 연주가 어떻게 변주될지도 관전포인트다.

젠틀맨 앤 갱스터즈의 라이브 연주에 맞춰 국립현대무용단 시즌단원들이 춤을 추고 있다.젠틀맨 앤 갱스터즈의 라이브 연주에 맞춰 국립현대무용단 시즌단원들이 춤을 추고 있다.


기타 연주자인 피터 선딘은 “나의 기타 연주를 듣고 안 감독이 하와이언 댄스를 안무에 넣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며 “지금은 정해진 안무를 몸에 익히고 있지만 테크니컬한 몸짓에 능한 현대무용수들이 우리 음악의 리듬과 템포, 멜로디에 따라 어떻게 자유롭게 반응할지 기대가 크다”며 웃었다.

“유독 슬픈 사건과 뉴스가 많았던 4월에 위로가 되는 경쾌한 공연을 선보이고 싶었다”던 안 감독의 바람대로 이들은 슬픔과 고뇌를 춤으로 승화시켰던 1920~30년대 미국 젊은이들의 감성을 그대로 무대로 옮겨올 예정이다. 클라리넷과 색소폰을 맡은 마티아스 칼슨은 “고단한 육체노동을 끝내고 나면 늦은 밤 광란의 춤 파티가 이어졌고 진이 빠져 쓰러질 때까지 춤을 추며 하루를 버텨낼 힘을 비축하는 게 당시의 젊은이들이었다”며 “지금은 오래된 음악이 됐지만 젊은 무용수들과 만난 옛 젊은이들의 음악이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에너지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7명의 시즌단원들이 총출동한 이번 무대에서 또 한 가지 관전포인트는 한국무용부터 발레, 흑인댄스 등 다양한 특기를 가진 무용수들의 에너지가 어떻게 무대에서 폭발하는지다. 특히 안 감독 특유의 한국무용 스타일 팔사위가 여백을 채우며 무대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안 감독은 “8개월간의 혹독한 연습을 거쳐 안무를 익히고 나니 무용수들의 얼굴에서 여유와 즐거움이 느껴지기 시작했다”며 “관객들 역시 말 그대로 ‘스윙’하며(흔들며) 작품을 즐기길 바란다”며 웃었다. 20~22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 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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