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의 아이콘들이 인간의 일자리를 집어삼킬 수 있다는 우려는 이제 낯설지 않을 정도가 됐다. 칼 프레이 영국 옥스퍼드대 마틴스쿨 교수는 기술 진보에 따른 일자리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려면 대학 교육의 변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동화 시대가 시작된 이래 반복적이지 않은 인지능력을 지닌 대학 졸업생들이 노동시장에서 더 좋은 성과를 얻고 있다”며 “미래에 더 가치 있는 영역이 될 창의력과 사회적 지능을 습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대학 교육이 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프레이 교수는 변화된 대학교육의 모델로 옥스퍼드대에서 시행 중인 ‘개인지도제(tutorial system)’를 꼽고 있다. 개인지도제는 기존보다 학생을 소그룹으로 나눠 학생들이 소통하며 창의적으로 사고하도록 하는 개인지도 형태의 교육이다. 그는 “옥스퍼드대가 지난 800년간 존재해왔고 또 앞으로 800년간 존재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옥스퍼드대의 개인지도제 때문”이라며 “앞으로 대학들은 창의력과 사회적 지능을 습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개인지도 형식으로 교육방향이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나치게 많은 비용이 든다는 게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프레이 교수가 제시한 해결책은 디지털 기술. 지역에 따라 학교 교육에 대한 접근에 많은 불평등이 존재하기 때문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온라인 강좌를 통해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게 프레이 교수의 제안이다. 실제 단순한 지식을 흡수하는 데는 온라인으로 학습한 학생들과 학교에서 학습한 학생들이 비슷한 성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런 방식의 교육은 KAIST 등을 중심으로 한국 대학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실제 KAIST는 ‘에듀케이션 4.0’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학생 참여와 상호작용을 강화한 학습자 중심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자기주도 온라인 학습 플랫폼과 상호작용이 강화된 협력학습으로 학습자가 스스로 지식을 창조해나가는 방식이다. 또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원 주관으로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인 케이무크(K-MOOC)가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한편 프레이 교수는 기술 진보로 기업의 모습도 많이 바뀌는 만큼 교육기관과 기업 간 협업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에서 요구하는 기술을 교육기관이 제대로 호응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며 “그런 맥락에서 교육자들은 산업과 직업별 특정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