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세인트폴성당을 방문했다면 제임스 와트 상(像)을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필자에게는 조각보다는 옆에 있던 기념비의 문구가 더 강렬하게 남아 있다. ‘독창적 천재성의 힘으로 증기기관을 개선해 조국의 자산을 확장시키고 인간의 힘을 향상시켰으며 (중략) 세상을 진정 이롭게 했다.’ 영국인들이 와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만하다. 물론 영국인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도 산업혁명 하면 와트와 그가 개량한 증기기관을 떠올린다.
영국에서 와트를 얼마나 자랑스럽게 생각하는지는 통용되는 최고액 화폐인 50파운드 지폐 뒷면에 와트의 초상이 있는 것에서도 엿볼 수 있다. 특이하게도 50파운드 지폐에서 와트는 혼자가 아닌 매슈 볼턴과 함께 있다. 영국에서 두 사람이 나오는 화폐는 50파운드 신권이 유일하다고 하니 여기에는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을 만도 하다.
와트에 비해 비교적 생소한 볼턴. 어떤 인물이기에 와트와 나란히 있을까. 보통은 볼턴을 와트의 동업자라고 표현한다. 볼턴은 지난 1769년 와트가 새로운 증기기관의 특허를 받자 이 기술이 가치 있고 유망하다고 생각해 특허 지분을 매입하고 와트와 함께 볼턴앤드와트를 설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볼턴은 단순한 동업자로 자금을 지원하는 정도에 머무르지 않았다. 와트가 받았던 증기기관 특허기간을 1800년까지 연장시키는 등 기술 개량에서 특허, 판로 개척에 이르기까지 볼턴은 와트 증기기관의 모든 것에 영향을 미쳤다.
볼턴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먼저 와트의 증기기관 특허는 17년이나 빨리 소멸됐을 것이다. 와트는 사업에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와트 증기기관의 사업적 성과도 생각할 수 없을지 모른다. 이 기술을 배경으로 산업혁명이라 불릴 만큼 혁신적으로 발전한 산업의 진보도 더뎌졌을 것이다.
그로부터 200년 이상이 지난 지금은 새로운 산업혁명 시대를 맞고 있다. 인공지능(AI) 발명과 같은 새로운 유형의 지식재산이 등장하고 예상하지 못한 분야들 간의 융합이 활발히 일어나는 시기다. 급격한 변화만큼이나 지식재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강하고 유연한 지식재산 제도가 4차 산업혁명 시기 승자의 요건이라고 이야기될 정도다.
이처럼 지식재산이 중요한 시기에 특허청장이라는 중임을 맡은 필자의 어깨는 무겁다. 우리 기업의 우수한 기술과 아이디어가 돈 되는 강한 특허로 거듭나서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중소기업을 비롯한 산업계 등 내·외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정책·제도를 마련해나가고 있다. 이런 노력들을 통해 우리 기업에 볼턴과 같은 역할을 한 특허청이 4차 산업혁명 시대 혁신과 성장의 숨은 주역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 기업의 우수한 기술과 창의적 아이디어라는 불씨가 지식재산을 통해 횃불로 타오를 날을 기대해본다.